티빙·강남언니 또 국감장…"보상책, 피해회복 아닌 마케팅" 질타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3일, PM 05:26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티빙과 강남언니가 국정감사장에 다시 불려 나왔다. 티빙은 올해 국감에 세 번째, 강남언니는 두 번째 출석이다. 여야 의원들은 사고 원인뿐 아니라 피해자가 체감하기 어려운 보상책을 집중 질타했다.

최주희 티빙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왼쪽은 홍승일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대표.(사진=뉴스1)
최주희 티빙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왼쪽은 홍승일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대표.(사진=뉴스1)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주희 티빙 대표와 홍승희 강남언니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후속 대책을 질의했다.

조 의원은 다크웹에서 한국 개인정보가 고가에 거래되는 현실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티빙과 강남언니에서 유출된 정보가 불법 시장에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두 대표에게 “왜 이런 일들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최 대표는 보안 투자를 지속했지만 최고경영자(CEO)로서 충분한 수준인지 직접 챙기는 데 우선순위를 두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부끄럽게도 이것이 충분한지 인지할 정도로 우선순위를 두고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침해사고 최초 진입 경로는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AI를 활용한 해킹일 가능성을 “추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3906억원 보상’이라더니…조건부·신청형 논란

티빙의 보상책을 놓고도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티빙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약 1953만명 전원에게 1인당 최대 2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계산해 총 3906억원의 보상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한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점을 문제 삼았다.

티빙이 제시한 1인당 보상 가치는 안심보험 3000원, 티빙 포인트 5000원, 엔터쿠폰 5500원, 프리미엄 업그레이드 8500원을 합산한 것이다. 그러나 프리미엄 업그레이드는 이용권이 없는 회원에게 적용되지 않는 등 실제 지급 대상과 혜택이 다른데도 피해자 전원에게 동일한 보상이 제공되는 것처럼 단순 합산했다는 지적이다.

9월 말 기준 실제 보상 신청자는 약 275만명에 그쳤다. 티빙은 보상 항목별 지급 인원과 포인트 사용액, 쿠폰 사용 실적, 보험료 총액 등 세부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과장되고 근거 없는 수치를 제출한 것은 사실상 고객을 기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조사 결과 티빙에서는 중복 포함 3954만개 계정 정보가 유출됐고, 티빙이 중복을 제외해 추산한 피해자는 약 1953만명이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상 내용 자체가 피해 회복보다 자사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1년짜리 해킹·피싱 안심보험은 2차 금융피해가 발생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부 상품이고, 프리미엄 업그레이드는 기존 일부 구독자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또 5000원 상당 티빙 포인트도 최신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추가 결제가 필요할 수 있고, CGV 팝콘 할인쿠폰과 웨이브 이용권 역시 자사·계열 서비스 이용을 유도한다며 “개인정보 유출 보상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티빙 해킹 조회 결과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티빙 해킹 조회 결과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탈퇴 회원이 보상받기 위해 다시 티빙에 가입해야 하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티빙 측이 본인 확인을 위한 절차라고 설명하자 “본인 확인만 하면 되지 왜 회원가입을 다시 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조 의원도 티빙의 보상 수준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과징금이 중요한 게 아니다. 피해자는 개인”이라며 기업에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는 것만으로는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티빙이 적자를 이유로 제한적인 보상안을 내놓은 데 대해 “적자기업이라고 하는 것은 궁색하다”며 모기업(CJ ENM)과 상의해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보상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도 실효적 보상 여부를 제재 과정에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위원장은 “실제로 과징금을 산정할 때 피해보상 여부도 고려한다”며 “얼마나 실효적인 보상이 되었는지도 같이 본다”고 말했다.

◇강남언니 “보안 투자 미흡”…민감정보 유출 책임도 도마

강남언니 측도 보안 투자가 회사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홍 대표는 “보안 전담인력이나 보안 솔루션에 대한 투자가 회사의 성장이나 서비스 이용자 확대에 걸맞지 않게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특히 강남언니의 경우 건강·의료 관련 정보가 포함된 만큼 일반 개인정보보다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정보가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로 분류되는 점을 들어 “초민감한 정보를 유출했을 때 처벌은 일반정보를 유출했을 때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24 뚫렸는데 왜 보상 안 하나”…공공기관 책임도 지적

티빙과 강남언니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과 피해보상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조 의원은 “핵심은 보상”이라며 “공공기관 정보 유출은 왜 보상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정부24에 뚫렸는데 왜 시민들에게 보상하지 않느냐”며 국가기관 사이에서 과징금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는 실제 피해자가 구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에 맡기고 내 개인정보를 다 맡겼는데 그게 유출됐다면 더 큰 배신 아니냐”며 종합감사 전까지 공공기관 개인정보 유출 피해에 대한 보상 의지와 방안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신고 창구가 기관별로 나뉜 점도 문제 삼았다. 조 의원은 “도둑이 들어왔다고 한 곳에 신고하고, 도둑이 뭘 가져갔다고 또 다른 데 신고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고 대응의 ‘골든타임’을 고려한 원스톱 신고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국무조정실 측은 “과징금뿐 아니라 보상도 염두에 둬야겠다”며 한 곳에 신고하면 유관기관이 연계해 대응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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