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에페', 마운자로 ‘반값’ 내세웠지만...시장 안착은 미지수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4일, PM 04:44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위고비나 마운자로는 환자들이 이미 이름을 알고 찾아와 처방을 요청하는 약입니다. 덜 알려진 약을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한미약품(128940)의 첫 국산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신약 ‘에페’의 시장 안착 조건을 이같이 짚었다. 이날 한미약품 에페가 첫 달 약값을 13만원 안팎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료현장 반응은 기대보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존 약보다 저렴하다는 것과 환자가 약을 바꿀 만큼 저렴하다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가격 윤곽이 드러난 에페의 경쟁력을 처방 현장의 시각에서 들여다봤다.

한미약품의 첫 국산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신약 ‘에페’(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의 첫 국산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신약 ‘에페’(사진=한미약품)




◇첫 달 13만원…장기 투약비·인지도가 변수

14일 업계에 따르면 에페의 투약 단계별 공급가격은 첫 달 2~4㎎ 기준 12만9800원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4주분은 6㎎ 22만8800원, 8㎎ 27만7200원, 10㎎ 29만9200원이다. 다만 이는 공급가격이므로 실제 환자 부담액은 의료기관·약국의 가격 책정과 진료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에페는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저용량부터 단계적으로 용량을 높인다. 초기 비용은 낮췄지만 장기간 치료를 이어갈 환자에게는 증량 이후 비용도 중요하다. 국내 비만 치료는 비급여여서 약값을 환자가 전액 부담하기 때문이다.

출고가 공개 전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환자의 월 부담액에 대해 “저용량 15만원, 고용량 20만원 정도라면 약을 권하는 데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봤다. 에페의 첫 달 유통가격은 이 기준보다 낮지만, 증량 이후에는 고용량 기준을 웃돈다.

기존 제품의 인지도도 넘어야 할 벽이다. 앞서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환자가 이미 알려진 약을 사용하겠다고 찾아오면 의사는 처방하고 주의사항을 설명하면 된다”며 “하지만 상대적으로 임상 근거가 덜 축적된 약을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권했을 때 환자가 쉽게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실손보험 보상 여부에 따라 체감하는 가격 차이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 교수는 “당뇨병이 있는 환자 중 기존 약물의 투약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일부 보상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경우 에페와의 비용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어 에페 역시 실손보험 보상 여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환자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활동하겠다”며 구체적인 가격에 대해서는 “비급여 전문의약품인 만큼 회사 공급가격과 최종 환자 부담액은 같지 않으며, 혼동을 초래할 수 있어 구체적인 공급가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경쟁약 가격 인하도 결국 처방 이동에 달려

에페가 위고비·마운자로의 연쇄 가격 인하를 이끌지도 관심이다. 한국 노보노디스크제약은 지난해 8월 마운자로 출시를 앞두고 위고비 시작용량의 4주분 출고가를 37만2000원에서 21만6000원으로 약 42% 낮춘 바 있다.

다만 이번에도 같은 대응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 교수는 “에페로 환자들이 이동한다면 경쟁사들도 가격을 내릴 수 있겠지만, 관건은 에페를 그만큼 위협적인 경쟁 상대로 보느냐는 것”이라며 “가격뿐 아니라 효과를 뒷받침하는 임상 근거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한국 노보노디스크제약 관계자도 “지금 단계에서 위고비 가격 인하와 관련해 논의 중인 것은 없다”고 밝혔다.

에페는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40주 후 평균 9.75%의 체중감량률을 보였다. 다만 한국인 대상 임상이라는 점만으로 경쟁력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GLP-1 계열 약물이 아시아인에서 조금 더 좋은 효과를 보이는 차이는 있지만 기존 약물의 대규모 임상에도 아시아인이 포함돼 있다”며 “가격만으로 경쟁하기보다 효과를 뒷받침하는 임상 근거를 더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준 가천대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국내 제약사가 개발하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비만약이 나왔다는 점은 반갑고 가격도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다”며 “다만 실제 시장에서 어떤 선택을 받을지는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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