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임박' 에페 가격, 10만원 이하 가능할까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5일, AM 07:36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한미약품(128940)의 첫 국산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신약 ‘에페’가 후속 비만치료제의 사업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초기 수익성이 높지 않더라도 가격 문턱을 낮춰 처방 기반과 실제 환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페가 경쟁약의 가격 인하까지 유도하면 국내 비만약 시장의 저변도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비만약 개발사들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12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 말 에페 첫 물량 공급을 목표로 최종 공급가를 검토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외부에 에페 공급가 범위를 공개한 적이 없고 실제로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환자 접근성을 높인다는 원칙은 분명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첫 국산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신약 ‘에페’(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의 첫 국산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신약 ‘에페’(사진=한미약품)




◇에페, 장기 비만치료 비용 부담 낮춰 시장 침투할 듯

에페는 2·4·6·8·10㎎ 등 다섯 용량으로 허가받은 주 1회 주사제다.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비만 환자 또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체중 관련 동반질환을 하나 이상 가진 BMI 27 이상 30 미만 환자가 대상이다.

에페는 국내 성인 비만 환자 448명 대상 임상 3상에서 40주 후 평균 9.75%의 체중감량률을 보였다. 임상 기간과 대상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으나, 위고비 14.9%(68주), 마운자로 20.9%(72주)보다 평균 체중감량률 수치가 낮고 대신 일부 위장관 부작용은 낮게 관찰됐다.

한미약품이 제시한 한국인 임상 근거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도 나온다.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GLP-1 약물로 인한 혈당강하 효과는 동양인에서 조금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지만 체중 등의 효과는 인종간 차이가 큰 것 같지 않다”며 “한국인 연구가 있다는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임상 자체도 비교적 소규모이고 기간도 길지는 않다. 오히려 다른 약들은 장기간 연구됐고 심혈관 분야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졌다”고 짚었다.

이런 점에서 실제 시장 안착을 가를 변수는 가격이다. 비만약에 대한 환자의 월 부담액을 10만원대까지 낮출 경우 글로벌 빅파마와의 경쟁에서도 에페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저용량 4주분 공급가의 경우 10만원 이하에서 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GLP-1 계열 비만약은 부작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용량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증량한다. 기존 시작용량의 4주분 출고가는 위고비 21만6000원, 마운자로 27만8000원이다. 실제 환자 부담액은 여기에 유통·진료 비용 등이 더해져 이보다 높은 가격이 된다. 특히 국내 비만 치료는 비급여여서 약값을 환자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조영민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월 투약비가 10만원 이하일 경우 기존 제품 대비 가격 차이가 커 사용하려는 환자가 많을 것”이라며 “에페의 가격이 저렴하게 나오면 시장 전체적으로도 경쟁적으로 약가를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도 “비만약은 6개월에서 1년처럼 장기간 사용하는 약이어서 매달 30만원씩 부담해야 한다면 치료를 시작하기 어려운 환자가 많다”며 “비용 때문에 의사도 치료를 권하기 주저하고 환자도 치료를 중단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월 부담액에 대해서는 “저용량 15만원, 고용량 20만원 정도라면 의사 입장에서도 약을 권하는 데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봤다.

이밖에 환자마다 효과와 부작용을 경험하는 정도가 달라 약을 사용하면서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치료제를 찾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에페는 환자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이점이 있다.

일라이 릴리의 GLP-1 비만약 ‘마운자로’ (사진=일라이 릴리)
일라이 릴리의 GLP-1 비만약 ‘마운자로’ (사진=일라이 릴리)




◇“한미약품엔 초기 수익성보다 데이터 확보가 중요할 것”

한미약품은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국내에서 생산해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에페의 강점으로 내세운다. 특히 국내에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위고비·마운자로의 품절과 지역별 공급 차질이 있었다. 김 교수는 “비만약 처방이 많은 곳에 공급이 집중되면서 간헐적으로 처방하는 곳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최근에는 당시와 같은 공급 문제는 완화된 상태다.

국내 생산은 제조원가 관리에도 중요하다. 한미약품이 사노피 기술수출 이후 신축과 설비에 2861억원을 투입한 평택 바이오플랜트 2공장은 권리 반환과 생산물량 확보 차질로 가동률이 한때 0%까지 떨어졌다. 에페와 다른 제품의 생산 확대는 설비 활용도를 높이고 원가 부담을 낮출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페를 비롯해 다른 제품까지 포함한 평택공장의 목표 가동률은 올해 70%, 내년 90%”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체 생산만으로 초기 수익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낮은 가격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판매량을 늘리고 원가를 낮춰야 한다”며 “원가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데, 이미 기존 제품이 선점한 시장에서는 진입 초기부터 점유율을 5~10%로 높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초기 판매량이 제한되면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도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에페의 성과를 초기 수익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내 비만약 개발사 임원은 “한미약품은 에페를 통해 후속 제품의 시장 진입을 위한 기반을 미리 마련하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일 것”이라며 “실사용데이터(RWD)는 굉장히 큰 자산으로, 이를 쌓으면 해외 인·허가나 추가 개발에도 활용하기 좋다”고 강조했다. 초기 수익성이 높지 않더라도 처방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하면 한미약품이 에페보다 더 무게를 두고 있는 후속 비만약의 기술수출 등 사업화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미약품은 현재 GLP-1·포도당의존성인슐린분비자극폴리펩타이드(GIP)·글루카곤(GCG) 삼중작용제 HM15275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방 감소와 근육 증가를 함께 목표로 하는 우로코르틴2(UCN2) 유사체 HM17321도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이 후보물질은 지난 8월 선급금 1억9000만 달러(약 2600억원)를 포함해 총액 최대 23억 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로 제넨텍에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기술수출했다.

에페의 처방 확대가 후속 제품의 기반이 되려면 경쟁약의 가격 대응도 넘어야 한다. 앞서 한국 노보노디스크제약은 지난해 8월 한국릴리의 마운자로 출시를 앞두고 위고비 시작용량의 4주분 출고가를 37만2000원에서 21만6000원으로 약 42% 낮춘 바 있다. 다만 한국 노보노디스크제약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위고비 가격 인하와 관련해 논의 중인 것은 없다”고 답했다.

가격 경쟁에 따른 처방 확대는 차별화된 비만약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에도 기회가 될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비만약 개발사 임원은 “가격 경쟁이 격화되면 환자당 매출은 낮아지겠지만 사용하는 환자 수는 늘어날 것”이라며 “낮은 가격을 원하는 환자와 한 달에 한 번 투약하기를 원하는 환자, 빠른 체중감량을 원하는 환자 등 시장이 커지면서 세부적인 환자 요구에 따라 시장이 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후속 개발사가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문턱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향후 정부의 오남용 관리 강화는 시장 확대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GLP-1 비만약의 오남용 관리는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비만약들이 비급여 시장에 머물러 있어 정부의 규제가 어느 정도까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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