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플랫폼 규제, 미리 막기보다 문제 생기면 책임 물어야”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6일, AM 05:05

[이데일리 윤정훈·김현아 기자]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AI 이용자보호 규율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타당합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미리 규제해서는 안 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추적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게 하는 방향이 바람직합니다.”

이성엽 한국정보통신법학회 회장(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기술이나 사업모델을 사전에 묶기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추적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취지다.

이 회장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AI 이용자보호법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현행 AI기본법은 AI 생성물을 처음 만들어 배포할 때 표시하도록 하고 있어, 플랫폼을 거쳐 다시 유통되는 과정에서는 표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AI기본법은 서비스 사용자로 한정하고 있어 유튜브 같은 플랫폼의 책임을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며 플랫폼에 별도의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알고리즘 설계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추천 알고리즘은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이고 기술 변화도 빨라 정부가 적정성을 사전에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 회장은 “사전 검증보다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추적할 수 있도록 자료를 남기게 하는 것이 실효적”이라며 “딥페이크처럼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피해를 일으키는 경우 이용자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성엽 한국정보통신법학회 회장(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사진=본인 제공
이성엽 한국정보통신법학회 회장(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사진=본인 제공
◇온플법도 ‘사전 지정’ 신중해야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봤다. 국회에서는 독과점 플랫폼을 미리 지정하거나 매출·이용자 수 등 정량적 기준을 적용하는 법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 회장은 자사 상품을 앞세우는 ‘자사우대’나 입점업체에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는 ‘최혜대우’가 실제 경쟁을 해치는지는 사안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 만큼 별도의 사전규제를 도입하려면 필요성과 효과가 분명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 부담만 커지고 소비자 편익이 줄어든다면 비용과 효과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과의 규제 형평성과 통상 마찰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성엽 한국정보통신법학회 회장(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 사진=본인 제공
이성엽 한국정보통신법학회 회장(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 사진=본인 제공
◇개인정보도 ‘처벌’보다 예방

개인정보 정책에서는 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강조했다. 마이데이터는 이용자 대신 금융사 등에 접속해 정보를 가져오는 ‘스크래핑’ 방식에서 기관 시스템을 직접 연결하는 API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8월부터는 사전협의 없는 무단 스크래핑이 금지됐다.

이 회장은 모든 정보를 API로 주고받는 것이 효율적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년에 한 번 떼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위해 대법원과 사업자가 API를 연결하려면 항목과 비용을 두고 1년 내내 회의해야 한다”며 “그동안 스크래핑을 막으면 개인이 직접 대법원에 가서 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과 공공기관이 개인정보 제공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원래 개인의 정보인데 기업은 이를 자기 자산이라 여기고, 공공기관도 자기 정보가 아닌데 내주지 않는다”며 “원본 데이터 활용도 사안마다 개인정보위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면 지금의 규제 샌드박스와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유출 사고 대응 역시 제재 강화보다 예방에 무게를 뒀다.

그는 “과징금을 높이는 것만으로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는 어렵다”며 “평소 개인정보 처리 체계와 보안 수준을 점검해 사고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규제기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AI 개발과 안전을 위한 규제는 함께 갈 수 있다”며 “기술 발전을 사전에 막기보다 안전장치를 두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제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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