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양산 시대…공장 문턱은 ‘성공률 99%’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9일, PM 03:29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 확대 속에 현장 신뢰성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반복 작업의 정확도와 돌발 상황 대응 능력이 실제 공장 투입을 결정하는 핵심 조건이다.

1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휴머노이드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손의 복잡한 구조와 수작업 중심의 조립 공정이 양산 확대의 걸림돌로 꼽힌다.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하면서도 일정한 품질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설계와 제조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사진=보스턴다이나믹스)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사진=보스턴다이나믹스)
테슬라 옵티머스는 사람 손에 가까운 정교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작업 조립 의존도와 센서 신뢰성 개선 과제를 안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아틀라스에 네 손가락 구조를 채택해 산업 작업에 필요한 조작 능력을 갖추면서 양산성과 유지보수 부담을 고려했다.

현장 투입을 위해서는 촉각 센서의 신뢰성과 다양한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손가락과 구동 부품을 늘리면 조작의 자유도가 높아지지만 고장 가능성과 유지보수 부담도 커지는 만큼, 실제 작업에 필요한 기능과 내구성·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생산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디인포메이션을 인용해 테슬라가 8월 기준 옵티머스를 주당 수백 대씩 생산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주당 1000대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애지봇은 누적 로봇 생산량이 2만 대를 넘어섰다.

옵티머스의 손·팔뚝 한 세트에 들어가는 100개 이상의 부품은 여전히 사람이 조립한다. 생산된 로봇도 대부분 내부 시험과 훈련, 데이터 수집에 활용되며 고객사에 상용 배치된 사례는 아직 없다고 매체는 전했다.

반면 실제 공장의 요구 수준은 높았다.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는 2024년 말부터 11개월간 BMW 미국 스파턴버그 공장에서 부품 9만 개 이상을 옮기며 X3 차량 3만 대 이상의 생산에 참여했다. 부품을 2초 안에 5㎜ 오차 범위로 놓아야 했다. 교대당 배치 성공률 99% 이상과 사람 개입 0회를 목표로 했다. 팔뚝에서 가장 잦은 고장을 보였다. 후속 모델에서는 손목 전자부 설계를 변경했다.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열었다. 아틀라스는 실제 부품과 설비를 활용해 물류 작업 준비와 부품을 조립 순서대로 배치하는 서열 작업 등을 익힌다. 2030년까지 부품 조립과 중량물 취급 등으로 작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물류·전자제품 생산라인에서도 성과가 쌓이고 있다. 어질리티로보틱스의 ‘디짓’은 물류기업 GXO의 센터에서 운반용 상자 10만 개 이상을 옮겼다. 애지봇은 지난 6월 중국 전자제품 제조사 룽치의 태블릿 생산라인에서 휴머노이드의 작업을 6일간 생중계했다. 회사에 따르면 로봇들은 64시간 이상 가동하며 6만4828건의 작업을 처리했고, 성공률은 99.99%였다.

다만 이 수치는 정해진 공정과 조건에서 수행한 결과다. 변수가 많은 조립·정밀 작업에서도 같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국제로봇연맹(IFR)도 지난해 휴머노이드 포지션 페이퍼에서 대량 보급 여부와 시점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현장 조건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는 AI에도 있다. IBM 리서치가 지난해 발표한 ‘고장센서IQ’는 모터·펌프·터빈 등 산업 설비 10종에 관한 8296개 문항으로 구성된 벤치마크다. 이 평가에서 오픈AI 추론 모델 o1의 정답률은 60.4%였지만 변형 문항에서는 44.2%로 낮아졌다. 휴머노이드 작업 성능을 직접 측정한 결과는 아니지만 산업 설비에 관한 AI의 판단도 질문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피지컬AI 기업 마키나락스는 현장 적용의 어려움을 ‘80%의 벽’으로 설명한다. 반복적인 문제를 해결해도 생산라인을 멈추거나 불량을 만드는 예외 상황에 대응하려면 현장의 노하우와 데이터, 공정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가동 중인 설비의 예지보전은 현장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다. 기존 생산라인과 설비를 유지하면서 고장 징후를 분석해 정지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도 설비와 라인에 따라 고장의 전조가 다르게 나타난다.

마키나락스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로봇 수십 대에서 시작해 3년에 걸쳐 실제 생산현장에서 예지보전 AI를 검증했다. 현재는 글로벌 6개 공장, 1400대 이상의 산업용 로봇으로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는 로봇의 동작 품질과 고장 전조를 분석해 이상을 최대 5일 전에 예측한다.

임용섭 마키나락스 최고AI책임자(CAIO)는 “설비마다 데이터 구조가 다르고 그 현장에서만 통하는 암묵지가 있어, 이건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과 맥락의 문제”라며 “휴머노이드가 여러 작업을 안정적으로 못 해낸다는 것도 같은 벽에 부딪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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