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귀찌형’ 이어폰 참전…착용감·음질·AI로 승부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0일, AM 11:37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귀를 막지 않고 귓바퀴에 걸쳐 사용하는 ‘귀찌형’ 무선 이어폰 시장에 뛰어든다. 화웨이와 보스, 샥즈 등이 경쟁하는 클립형 시장에서 착용감과 음질, 갤럭시 기기와 연동한 인공지능(AI) 기능으로 차별화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20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기자실 브리핑을 열고 갤럭시 최초의 클립형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온’의 개발 과정과 주요 기술을 소개했다.

갤럭시 최초 클립형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온’ (사진=신영빈 기자)
갤럭시 최초 클립형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온’ (사진=신영빈 기자)
제품은 오는 27일 블랙 단일 색상으로 출시한다. 가격은 29만9000원이다.

삼성전자는 상황에 따라 이어폰을 바꿔 사용하는 소비자에 주목했다. 삼성 조사에 따르면 클립형 이어폰 사용자의 약 73%는 기존 커널형 이어폰도 보유하고 있었다. 소음 차단과 몰입이 필요할 때는 커널형을, 주변 소리를 들으며 활동할 때는 클립형을 선택하는 식이다.

남현정 삼성전자 MX사업부 웨어러블 상품기획그룹 프로는 “최근 일상에서 콘텐츠를 감상하며 주변 소리도 듣고 싶어하는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갤럭시 버즈 온은 사용자가 귀를 막지 않고도 편안하게 오디오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과정의 주요 과제는 편안함과 고정력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었다. 귀를 강하게 잡으면 움직임에도 안정적으로 고정되지만 장시간 착용할 때 압박감을 줄 수 있다. 사람마다 귀 모양이 다른 점도 고려해야 했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인종과 연령의 귀에서 확보한 1억1900만개 데이터 포인트를 4D 기반 시뮬레이션에 활용했다. 밴드 길이와 각도, 스피커·배터리 배치를 조정하고 귀에 닿는 면적과 압력 분포를 분석했다. 연결부에는 형상 기억 합금 소재를 적용했다.

이명환 삼성전자 MX사업부 웨어러블 상품기획 그룹장은 “장시간 착용한다는 것은 편안함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다양한 활동을 할 때는 고정력이 중요하다”며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기법을 통해 가장 적합한 값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음향 설계에서는 클립형의 약점인 저음 손실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스피커가 귓바퀴 바깥쪽에 위치해 고막과 거리가 생기는 만큼 소리가 새고 저음 표현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환 삼성전자 MX사업부 웨어러블 상품기획 그룹장(왼쪽)과 남현정 삼성전자 MX사업부 웨어러블 상품기획그룹 프로(오른쪽)가 20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클립형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온’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이명환 삼성전자 MX사업부 웨어러블 상품기획 그룹장(왼쪽)과 남현정 삼성전자 MX사업부 웨어러블 상품기획그룹 프로(오른쪽)가 20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클립형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온’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버즈 온은 동일한 우퍼 스피커 2개를 사용하는 ‘트윈부스트’ 구조를 채택했다. 고음용 트위터와 저음용 우퍼를 각각 배치한 버즈4 프로와 달리 두 우퍼로 출력을 보강했다. 주변 소음이 커지면 음량을 높이고 조용해지면 원래 수준으로 되돌리는 자동 음량 조절 기능도 넣었다.

외부로 소리가 새는 현상을 줄이는 누음 저감 기술도 처음 적용했다. 스피커 후면에서 발생하는 반대 위상의 음파를 활용해 새어 나가는 소리를 상쇄하는 방식이다. 다만 삼성 측은 귀 형태와 착용 상태에 따라 누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 품질은 이어버드 한쪽당 마이크 3개와 골전도 기반 진동 센서, 머신러닝 기술로 높였다. 발화할 때 발생하는 진동을 감지하고 사용자 목소리와 배경 소음을 분리한다. 가속도 센서로 착용 방향을 감지해 어느 쪽 귀에 끼워도 좌우 소리를 자동 배정하는 기능도 갖췄다.

갤럭시 기기와의 연동도 차별화 요소다. 지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연결한 상태에서 음성으로 제미나이 라이브를 호출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이어폰 뒷면을 길게 눌러 떠오른 생각을 녹음하는 ‘퀵 보이스 메모’와 빅스비를 통한 녹음 내용 검색도 지원한다.

고개를 끄덕여 전화를 받거나 가로저어 알람을 해제하는 헤드 제스처 기능도 제공한다. 알람 해제와 메시지 알림 확인은 One UI 9.0 이상 등 지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제품의 방진·방수 등급은 IP54다.

시장에서는 귀를 막지 않는 오픈이어 제품이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오픈이어 무선 이어폰(OWS)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1110만대였다. 이 가운데 클립형 비중은 61%다. 화웨이 ‘프리클립2’, 보스 ‘울트라 오픈 이어버드 2세대’, 샥즈 ‘오픈닷2’ 등이 경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저가 클립형 제품과의 경쟁에서도 착용감과 통화 품질, 갤럭시 사용 경험이 구매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그룹장은 “갤럭시 폰과 버즈를 함께 사용할 때 처음 연결하는 순간부터 설정하는 과정까지 하나하나의 경험이 편리하다”며 “충분히 프리미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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