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AI는 호박죽 레시피를 찾은 뒤 장봐야 할 리스트를 직접 작성해 보여줬다. ⓒ뉴스1 신민경 기자
"해변 여행 때 먹었던 호박죽 레시피 뭐였지? 링크 보내줘."
아이폰에 대고 말하자 시리가 과거 대화 내용을 검색해 당시 공유받았던 호박죽 레시피를 찾아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재료들 메모에 넣어서 마트 코너별로 정리해줘"라고 이어 말하자 현재 보고 있는 화면의 재료를 파악해 장보기 목록으로 정리했다. 다시 "이 메모 김지수한테 메시지로 보내줘"라고 하자 연락처에서 김지수를 찾아 메시지 전송까지 준비했다.
질문에 답하는 데 그쳤던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가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맥락에 맞게 이해하고 아이폰 속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작업까지 수행하는 인공지능(AI) 비서로 진화한다. 새 시리는 다음 주부터 한국어를 지원할 예정이다.
애플코리아는 21일 시리 AI 브리핑을 열고 애플 인텔리전스를 기반으로 개편한 시리 한국어 버전을 시연했다. 정확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배포일은 이용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리AI는 과거 메시지에서 한 지인이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한다고 말했던 내용을 찾아냈다. ⓒ뉴스1 신민경 기자
내 아이폰 속 기억 찾는 시리
가장 큰 변화는 '개인 맥락'을 이해한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이용자가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고 명령해야 했다면 새로운 시리는 메시지와 이메일, 메모, 사파리 등 기기 안에 쌓인 정보를 토대로 이용자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파악한다.
시연에서는 "종호가 추천해 줬던 숲길 뭐였지"라고 묻자 과거 이메일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 '선재길'이라고 답했다. 이어 "선재길 길이가 어떻게 돼?"라고 질문하자 웹 정보를 활용해 9㎞ 길이의 숲길이라는 답을 내놨다. 다시 "아이들도 걷기 좋을까"라고 묻자 앞선 대화의 맥락을 유지한 채 답변을 이어갔다.
친구의 식성까지 찾아냈다. 송년회 메뉴를 고민하는 상황을 가정해 "못 먹는 거 있는 사람 있어?"라고 질문하자 과거 메시지에서 한 지인이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한다고 말했던 내용을 찾아냈다.
이어 "호박죽이랑 잘 어울리면서 (해당 지인도) 먹을 수 있는 요리 알려줘"라고 요청하자 개인 메시지에서 파악한 식성과 외부 지식을 결합해 메뉴를 추천했다.
애플 관계자는 기존 시리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개인의 맥락을 이해한다는 부분"을 꼽았다. 메시지와 누적된 이메일, 메모, 사파리 등 이용자가 애플 기기를 사용하면서 쌓은 정보를 시리가 이해한다는 설명이다.
시각 정보를 이해하는 '비주얼 인텔리전스'도 시리와 결합된다. 행사 일정이 적힌 전단지를 카메라로 촬영하면 날짜와 시간을 인식해 캘린더 일정으로 추가할 수 있다. 영수증을 인식해 더치페이를 하거나 식품 포장지에 적힌 영양 정보를 확인하는 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시리AI 사진.(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애플이 강조한 건 '보안'
시리가 개인 메시지와 이메일 등 민감한 정보까지 활용하게 되면서 개인정보 보호는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새로운 시리의 기반에는 애플의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있다. 이용자의 메시지와 이메일 등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만큼 가능한 연산은 기기 내부에서 처리하고, 더 많은 연산 능력이 필요한 작업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를 이용한다.
애플은 이를 통해 개인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AI 기능과 개인정보 보호를 함께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애플 측에 따르면 연산을 서버에서 처리해야 하는 경우에도 이용자의 요청과 관련한 정보를 서버에 남기지 않고 해당 세션을 처리한 뒤 삭제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애플 관계자는 "자동으로 해주는 것은 좋지만 뱅킹 정보나 암호 등을 AI가 알게 되는 데 대한 우려가 있다"며 "보안은 문을 다 열어놓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고쳐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서비스 업체에서 제공하고 있는 기능들을 안전하게 제공하는 아키텍처가 이번 출시의 가장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시리 AI의 활용 범위는 향후 서드파티 앱으로도 넓어진다. 현재 일부 해외 앱을 지원하고 있으며 한국어 버전 출시에 맞춰 국내 개발사의 참여도 확대될 전망이다. 애플 측은 관련 API가 공개돼 있어 개발사가 지원하면 해당 앱의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앱에서 직접 동작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와 나눈 대화는 아이폰뿐 아니라 아이패드와 맥, 애플 비전 프로 등 애플 기기 간 동기화돼 다른 기기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
smk503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