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국산 인공지능(AI)이 국내 개발 현장에 조용히 파고들고 있다. 한국 계정이 글로벌 플랫폼에 공개한 AI 모델 중 중국계 비중은 2년 새 7%에서 49%로 급증했다. '토성비'(토큰+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AI가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은 보안 문제를 이유로 중국 AI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개발 실무에서는 저렴한 중국 모델 활용이 늘어나면서 정보 국외 이전과 보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개발자 중심으로 조용히 확산한 中 AI
지난 16일 민간 싱크탱크 록브리지네트워크코리아가 발간한 '중국 인공지능은 한국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AI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한국 계정이 새로 공개한 AI 모델의 49.3%가 중국 모델에 기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AI(35.9%)를 앞선 수치로, 월별로는 올해 2월 처음 중국 AI를 활용한 산출물이 미국계를 추월했다. 중국계 기반 비중은 2023년 1.2%에서 2024년 7.2%, 2025년 22%, 2026년 49.3%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계는 79.5%에서 35.9%로 비중이 줄었다.
특히 알리바바의 큐웬 모델 비중은 46.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구글 '젬마'가 14.7%, 메타 '라마'가 13.8%를 차지했다. 중국 딥시크 기반 산출물도 1% 수준이 있었다.
보고서는 큐웬이 개발자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싸기 때문만은 아니다"며 "크기가 작은 모델부터 초대형 모델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고, 처음부터 119개 언어를 학습해 여러 언어를 처리할 수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처럼 중국 AI 모델은 기업들의 공식적인 활용 현황에서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지만, 개발자들이 모델을 만들고 공개하는 과정에서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보고서는 "설문의 직접 질문에서는 중국계 서비스를 현재 이용한다는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앱 시장에서도 중국 모델의 사용은 집계 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대기업의 깃허브 계정에서도 중국 모델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개발자들이 실제 작업에 활용하는 허깅페이스에서는 상황이 달랐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AI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한국 계정이 새로 공개한 AI 모델의 49.3%가 중국 모델에 기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록브리지네트워크코리아 보고서 내용으로 챗GPT로 재구성했음) © 뉴스1
가성비 앞세워 전세계 시장 잠식…보안 우려 커져
중국은 가성비 높은 오픈웨이트(가중치 공개) 모델을 앞세워 전 세계 개발자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AI 모델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지난 6~12일 요청량 기준 중국 딥시크가 24.4%로 1위에 올랐다. 미국 구글(19.7%)과 오픈AI(18.5%)가 뒤를 이었으며, 중국 즈푸AI(12.2%)와 알리바바 큐웬(5.3%), 샤오미(2.4%) 등 중국 업체 4곳의 요청량 비중을 합하면 44.3%에 달했다. 개발자들의 실제 이용에서도 중국 모델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AI 모델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한 만큼 국내 기업들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같은 작업을 한다고 치면 경량 모델을 쓰는 게 회사 입장에서 비용 면에서 무조건 유리하다"며 "우리나라에 중국 모델에 대한 대안이 지금 명확하게 없다. 산업으로 치면 국내 생산 공급망을 중국이 다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AI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데이터 보안과 정보 국외 이전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4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딥시크가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적절한 고지 없이 해외로 이전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용자가 AI에 입력한 프롬프트까지 중국 바이트댄스 계열사 '볼케이노'로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중국 AI 서비스의 데이터 처리와 국외 이전 문제를 드러낸 사례로 남았다.
해외에서도 보안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해 2월 미국 보안업체 나우시큐어는 딥시크의 아이폰 앱에서 암호화되지 않은 기기 정보 전송과 취약한 암호화 방식 등을 확인했다.
미국 정부도 딥시크의 데이터 보안 위험을 이유로 사용 제한에 나섰다. 지난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는 연방 민간기관의 정보시스템에서 딥시크 제품과 관련 서비스를 제거하도록 지시했다. 민감한 정보의 중국 이전 가능성과 보안 취약점 등이 이유로 제시됐다.
국내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알리바바 큐웬도 이용 방식에 따라 데이터 보안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알리바바가 제공하는 API·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데이터 처리 국가와 보관 기간, AI 학습 활용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결국 세를 확대하고 있는 중국 AI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국가의 AI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소버린 AI'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얘기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원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AI 활용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게 가성비"라며 "백도어 우려가 있지만, 그동안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에 대한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최근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 성과로 국산 AI 모델이 대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최근에는 보안 우려가 있는 (분야의) 경우 국내 모델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섞어 쓰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그나마 이번에 독파모가 희망을 줬다"고 밝혔다.
Ktig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