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화규소 반도체 불량 판별 기준 15년 만에 뒤집혔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5일, AM 12:02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전기차와 충전기 등에 쓰이는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의 불량을 판별하는 데 약 15년간 사용돼 온 발광 기준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기존에는 특정 적층결함이 424나노미터(nm)의 빛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특성 발광 파장은 459nm인 것으로 규명됐다.

원자구조 관찰, 광발광(PL) 측정, 이론 계산을 연계해 '(4,1) 적층결함'의 진짜 파장(459nm)을 규명한 데이터(사진=KERI)
원자구조 관찰, 광발광(PL) 측정, 이론 계산을 연계해 '(4,1) 적층결함'의 진짜 파장(459nm)을 규명한 데이터(사진=KERI)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차세대반도체연구센터 나문경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충남대 홍순구 교수팀, 호리바에스텍코리아, SK실트론 등과 공동으로 SiC 반도체의 ‘(4,1) 프랭크형 적층결함’이 내는 특성 발광 파장을 459nm로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기존에는 해당 결함의 발광 파장이 424nm로 알려져 있었으며 이 값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기준에도 반영돼 사용돼 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기준을 수정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

◇결함이 내는 ‘빛의 지문’ 다시 확인

SiC 전력반도체는 높은 전압과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 전기차와 충전기,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의 전력변환 장치에 활용된다.

SiC 웨이퍼를 만드는 과정에서 원자층의 쌓임 순서가 어긋나는 ‘적층결함’이 생기면 소자 성능과 신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웨이퍼를 손상시키지 않고 결함을 찾기 위해 ‘광발광(PL)’ 검사를 활용한다. 반도체에 빛을 비춘 뒤 결함에서 나오는 고유한 파장을 측정해 결함의 종류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결함마다 서로 다른 빛을 낸다는 점에서 일종의 ‘빛의 지문’인 셈이다.

연구팀이 9개 공급사의 상용 4H-SiC 에피택셜 웨이퍼 207장과 적층결함 10만4439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프랭크형 적층결함은 주요 결함군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프랭크형 결함의 구조와 전자·광학적 특성을 하나의 학술 체계로 통합 정리한 분석 결과(사진=KERI)
다양한 프랭크형 결함의 구조와 전자·광학적 특성을 하나의 학술 체계로 통합 정리한 분석 결과(사진=KERI)
◇424nm 아닌 459nm…원자까지 직접 확인

문제는 약 15년간 사용된 424nm라는 기준이 실제 결함의 원자구조와 발광 신호를 직접 연결해 확인한 값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결함도 비슷한 파장의 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발광 파장만으로 원자구조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연구팀은 먼저 PL 측정으로 특정 결함의 위치와 발광 파장을 확인한 뒤 같은 위치에서 시편을 떼어내 원자분해능 주사투과전자현미경(HAADF HR-STEM)으로 원자 배열을 직접 관찰했다.

여기에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까지 결합해 원자구조와 전자상태, 발광 파장을 교차 검증했다.

연구팀은 459nm의 빛을 낸 독립적인 결함 9개를 분석하고 이 가운데 6개에서 실제 (4,1) 원자구조를 확인했다. 서로 다른 세 가지 방식의 DFT 계산도 기존 424nm보다 450nm 부근의 발광을 지지했다.

실제 PL 측정에서는 459nm, 이론 계산으로 환산한 발광 파장은 약 444~450nm로 나타났다.

SiC 전력반도체 결함 판별 기준의 오류를 바로잡은 KERI의 연구결과가 ‘Acta Materialia’에 게재됐다.(사진=KERI)
SiC 전력반도체 결함 판별 기준의 오류를 바로잡은 KERI의 연구결과가 ‘Acta Materialia’에 게재됐다.(사진=KERI)
◇나노 시편 176개 분석…국제표준 개정 근거

결함에서 나온 빛과 실제 원자구조가 동일한 위치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난제였다.

연구팀은 PL로 결함 위치를 찾은 뒤 집속이온빔(FIB)을 이용해 해당 지점의 나노 시편을 제작하고 원자 배열을 확인했다.

전체 연구 과정에서 프랭크형과 쇼클리형 적층결함 등을 포함해 위치가 지정된 전자현미경 시편 176개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424nm로 통용돼 온 (4,1) 프랭크형 적층결함 판별값을 459nm로 수정해야 한다는 근거를 마련했다.

정확한 결함 판별은 결함이 생긴 원인을 추적하고 웨이퍼 성장·제조공정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SiC 소재 품질과 전력반도체 소자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국제학술지 무수정 게재…호리바 마사오상도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악타 머티리얼리아(Acta Materialia)’에 게재됐다.

논문은 심사 과정에서 수정 요구 없이 투고 원문 그대로 게재 승인을 받았다.

나문경 책임연구원은 관련 SiC 결함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일본 분석·계측 기업 호리바가 주관하는 ‘2026 호리바 마사오상(Masao Horiba Awards)’에서 특별상(Honorable Mention)을 받았다.

KERI에 따르면 국내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가 이 상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04년 첫 시상 이후 처음이다.

나문경 책임연구원은 “빛의 신호와 실제 원자구조를 직접 연결해 오랫동안 굳어져 있던 글로벌 판별 기준의 오류를 바로잡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국내 전력반도체 산업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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