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빛 에너지 오래 붙잡는 ‘전자의 대기실’ 찾았다…광촉매 효율 높일 실마리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5일, AM 12:02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빛을 받은 전자가 곧바로 사라지지 않고 오래 머물도록 붙잡아두는 ‘전자의 대기실’ 역할을 하는 구조가 규명됐다. 전자와 정공의 재결합을 늦춰 빛 에너지가 실제 화학반응에 쓰일 시간을 늘릴 수 있어 태양광 수소 생산이나 이산화탄소 전환 등에 활용되는 고효율 광촉매 설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광촉매 소재에서 산소가 빠진 빈자리가 전자를 안정적으로 붙잡아 두고, 에너지를 활용할 시간을 늘려주는 원리를 규명한 KAIST 연구진으로 김효주(왼쪽부터) 박사과정생, 이준호 박사과정생, 오한얼 박사과정생, 우태균 박사과정생, 김태규 KAIST 화학과 교수(사진=KAIST)
광촉매 소재에서 산소가 빠진 빈자리가 전자를 안정적으로 붙잡아 두고, 에너지를 활용할 시간을 늘려주는 원리를 규명한 KAIST 연구진으로 김효주(왼쪽부터) 박사과정생, 이준호 박사과정생, 오한얼 박사과정생, 우태균 박사과정생, 김태규 KAIST 화학과 교수(사진=KA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화학과 김태규 교수 연구팀이 경희대 김태우 교수, 가톨릭대 김중한 교수, 포항가속기연구소 이재혁 박사 연구팀과 함께 이산화티타늄 속 ‘산소 결함’이 전자를 오래 유지하게 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산화티타늄은 빛을 받아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광촉매 소재다. 태양광을 이용해 수소를 만들거나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바꾸고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문제는 빛을 받아 에너지를 얻은 전자가 금세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전자가 떠난 자리인 ‘정공’과 다시 결합하면 빛 에너지를 화학반응에 활용할 기회가 줄어든다. 이를 ‘재결합’이라고 한다.

산소 결함으로 인해 생성된 깊은 트랩 상태에 의한 광유도 전하 재결합 지연 이미지(사진=KAIST)
산소 결함으로 인해 생성된 깊은 트랩 상태에 의한 광유도 전하 재결합 지연 이미지(사진=KAIST)
◇산소 빈자리가 ‘전자의 대기실’ 역할

연구팀은 산소 일부가 빠져 푸른빛을 띠는 ‘블루 이산화티타늄’에 주목했다.

이 소재에는 산소 원자가 빠진 ‘산소 결함’이 존재하는데, 연구팀은 이 빈자리가 전자를 붙잡아 재결합을 늦추는 역할을 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 이산화티타늄과 블루 이산화티타늄 모두 빛을 받은 직후 전자가 빠르게 에너지를 잃고 일시적으로 붙잡혔지만 이후 과정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블루 이산화티타늄에서는 산소 결함의 영향으로 전자가 더 안정적으로 머무는 ‘깊은 포획 상태’가 형성됐다.

연구팀은 이를 공이 얕은 홈보다 움푹 팬 곳에 들어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에 비유했다. 실제 구멍이 생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자가 빠져나오기 어려운 에너지 상태에 놓인다는 뜻이다.

펨토초 X-선으로 본 이산화티타늄에서의 산소 결함과 전하 수명 간 관계 규명 연구, AI 생성 이미지(사진=KAIST)
펨토초 X-선으로 본 이산화티타늄에서의 산소 결함과 전하 수명 간 관계 규명 연구, AI 생성 이미지(사진=KAIST)
◇재결합 2.5배 늦춰…촉매 반응도 향상

블루 이산화티타늄의 전자는 약 1.5나노초에 걸쳐 깊은 포획 상태로 이동했다.

이후 전자와 정공이 다시 만나는 재결합은 일반 이산화티타늄보다 약 2.5배 느리게 일어났다. 연구개요 기준 재결합 시간은 블루 이산화티타늄 약 110나노초, 일반 이산화티타늄 약 42나노초였다.

실제 이산화탄소 광환원 실험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블루 이산화티타늄은 일반 소재보다 일산화탄소 생성 속도가 약 25%, 메테인 생성 속도는 약 47% 높았다.

연구팀은 산소 결함이 전자를 붙잡는 것뿐 아니라 주변 원자 배열 변화도 함께 일어나 전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개요 및 기대효과를 형상화한 AI 생성 이미지(사진=KAIST)
연구개요 및 기대효과를 형상화한 AI 생성 이미지(사진=KAIST)
◇1000조분의 1초 단위로 전자 추적

이번 연구에는 포항가속기연구소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매우 짧은 엑스선 펄스를 이용해 티타늄 원자 주변의 변화를 1000조분의 1초인 펨토초 단위로 추적했다. 여기에 빛 흡수 변화를 분석하는 광학 분광과 컴퓨터 계산을 결합해 전자가 이동하고 붙잡히는 과정을 펨토초부터 마이크로초까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산소 결함의 양과 분포를 조절해 전자를 더 오래 유지하는 광촉매를 설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태양광 수소 생산과 이산화탄소 전환, 오염물질 분해 등이 주요 응용 분야다. 다만 실제 촉매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래 살아남은 전자가 실제 화학반응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참여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김태규 KAIST 교수는 “산소가 빠진 빈자리가 단순한 결함이 아니라 전자를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소재의 미세 구조를 조절해 빛 에너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광촉매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JACS)’에 지난달 17일 온라인 게재됐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