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웹툰 11억건 삭제 넘어 운영자 추적까지…카카오엔터 ‘피콕’의 진화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5일, PM 03:25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앞으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지식재산)를 불법 유통하는 순간 굉장히 곤란해진다는 인식이 운영자들 사이에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카카오엔터 불법유통 대응 전담 조직인 피콕(P. CoK)의 한예슬(왼쪽부터) 대리, 권영국 차장, 박수혁 대리(사진=카카오엔터)
카카오엔터 불법유통 대응 전담 조직인 피콕(P. CoK)의 한예슬(왼쪽부터) 대리, 권영국 차장, 박수혁 대리(사진=카카오엔터)
권영국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콘텐츠거버넌스팀 차장이 그리는 불법유통 대응팀 ‘피콕(P. CoK)’의 다음 목표다. 웹툰과 웹소설의 불법 콘텐츠를 지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유출자와 사이트 운영자까지 찾아 재유통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피콕은 2021년 11월 출범한 카카오엔터의 불법유통 대응 전담 조직이다. 국내외 불법 사이트 모니터링과 침해 콘텐츠 삭제, 운영자 추적, 경고장 발송, 수사기관 공조 등을 맡는다. 2016년 말 당시 웹툰 PD였던 권 차장이 작품 프로듀싱과 불법유통 대응을 병행하면서 시작됐고, 이후 TF를 거쳐 정식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피콕이 움직이면 다르다…삭제에서 추적으로

피콕이 지금까지 삭제 조치한 불법 콘텐츠는 누적 11억건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누가 유출하고 운영하는가’를 찾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 중심에 올해 본격 가동한 자체 저작권 보호 시스템 ‘다크체이서(DarkChaser)’가 있다. 크롤러가 인터넷 전반에서 불법 콘텐츠를 찾고, 헌터가 주요 사이트를 집중 추적한다. 비가시성 워터마크를 연계해 콘텐츠를 빼돌린 이용자 계정도 특정한다.

올 상반기 다크체이서가 탐지한 불법 게시물 URL은 약 9만5000건이었다. 하반기 들어 탐지량은 더 늘어 7월 1일부터 10월 19일까지 약 16만건을 찾아냈다. 박수혁 대리는 “현재 추세라면 하반기 전체로는 20만건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콕은 유출자를 확인하면 빠르면 유출부터 계정 제재까지 1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다.

권 차장은 “온라인에서 콘텐츠 유출 자체를 100% 막기는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유출하면 내가 특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반복적인 계정 제재 이후 카카오엔터 유료 회차 업로드를 중단하고 무료 회차만 올리는 불법 사이트도 확인했다.

사이트 폐쇄까지 이끈 사례도 있다. 최근 피콕은 최소 10년 이상 운영된 중화권 불법 사이트 ‘해피MH닷컴’ 운영자를 자체적으로 특정했다. 사과문 게시와 재발방지 서약, 사이트 폐쇄를 요구하는 경고장을 보냈고 결국 운영 중단을 이끌어냈다.

카카오엔터의 불법유통대응팀 피콕(사진=카카오엔터)
카카오엔터의 불법유통대응팀 피콕(사진=카카오엔터)
◇뉴토끼 폐쇄 효과 확인…창작자 보호까지 확장

‘뉴토끼’와 같은 불법 대형사이트 폐쇄가 합법 시장에 미치는 변화도 나타났다. 권 차장은 “폐쇄 뒤 카카오 플랫폼의 신규 유입과 앱 설치가 자연증가분보다 유의미하게 늘었고 약 한 달 정도 변화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뉴토끼 트래픽을 노린 신규 불법 사이트 3~4곳이 등장해 이용자가 분산되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한 곳을 폐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 유통경로를 계속 추적·차단해야 하는 이유다.

피콕은 불법 사이트의 수익원도 함께 쫓는다. 해외 사이트의 주요 수익원인 광고·유료결제·후원 등을 차단하면서 공개출처정보(OSINT) 조사로 운영자를 특정해 수사기관에 넘기거나 법적 대응에 나선다. 권 차장은 “광고나 결제 수단 하나를 막아도 다른 계정이나 가상자산 지갑으로 수익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며 “돈줄을 끊는 동시에 운영자까지 특정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보호 범위도 넓힌다. 한예슬 대리는 “2~3년 뒤에는 웹툰·웹소설뿐 아니라 카카오엔터의 음악과 영상까지 하나의 시스템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다크체이서를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창작자가 직접 불법유통을 신고하고 자신의 작품 보호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일부 기능을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피콕의 지향점은 창작자가 “내 작품은 카카오엔터 내 플랫폼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체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권 차장은 “작가분들이 연재 플랫폼을 선택할 때 수익이나 장르뿐 아니라 ‘내 작품을 얼마나 잘 보호해주는 곳인가’도 판단 기준에 넣어주셨으면 한다”며 “창작자가 안심하고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호 체계를 계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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