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8개월 만에 한국 온 넷플릭스 CEO…K콘텐츠 성공, 과실 나누기는 숙제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6일, PM 02:2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넷플릭스에게 한국은 하나의 국가, 그 이상입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곳이자, 하나의 이야기가 얼마나 멀리 뻗어나갈 수 있는지 배운 곳입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아 K콘텐츠와의 동행 10년을 강조했다. 한국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며 글로벌 문화의 중심에 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성공이 국내 제작사와 창작자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걸맞은 세금과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고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23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다. 사진=넷플릭스코리아
23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다. 사진=넷플릭스코리아
2년 8개월 만에 한국 온 넷플릭스 CEO…K콘텐츠 성공, 과실 나누기는 숙제
23, 24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이창동 감독,  홍종찬 감독을 각각 만나 응원의 뜻을 전했다.
23, 24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참교육> 홍종찬 감독을 각각 만나 응원의 뜻을 전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랜도스 CEO는 넷플릭스의 한국 서비스 출시 10주년을 맞아 최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2024년 2월 이후 약 2년 8개월 만이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고 영화 ‘가능한 사랑’의 이창동 감독, 시리즈 ‘참교육’의 홍종찬 감독을 만나 한국 창작자들과의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서랜도스 CEO는 10주년 기념 팬 행사에서 “한국에서 넷플릭스를 선보인 지 10년이 됐다”며 “오늘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에는 큰 꿈이 있었지만 한국의 이야기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글로벌 문화의 중심에 설 줄은 쉽게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한국 창작자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배우와 제작진이 열정으로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었으며, 팬들이 이를 뜨겁게 사랑해 준 덕분에 한국 콘텐츠가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창작자와 배우, 제작진,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향후 10년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강조한 성과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전 세계 회원의 약 80%가 한국 콘텐츠를 시청했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80개 이상 제작사와 협업해 200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제작하거나 공동 제작했다. 최근 3년간 공개한 한국 오리지널 작품 3편 중 1편 이상은 신인 감독이나 작가의 작품이다.

한국 콘텐츠의 인기는 문화와 관광 분야로도 확산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전통문화 요소가 주목받으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도 늘었다.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유통이 한국 문화와 관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사례다.

23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 이애령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을 만나 한국 문화유산이 콘텐츠로 이어진 '넷플릭스 효과'의 현장을 둘러봤다.
23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 이애령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을 만나 한국 문화유산이 콘텐츠로 이어진 '넷플릭스 효과'의 현장을 둘러봤다.
그러나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이 국내 창작 생태계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두고는 다른 시각도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의 지식재산권(IP)과 흥행 수익 배분 구조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작품이 세계적으로 성공하더라도 국내 제작사가 추가 수익을 충분히 나누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흥행 성과를 창작자와 실연자에게 배분하는 정당보상제 도입 논의가 이어졌다.

국내 매출과 미국 본사 송금 구조도 도마에 올랐다. 국감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약 1조542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8539억원이 미국 본사로 지급됐다. 국내 법인의 영업이익은 203억원으로 집계됐다. 본사 지급금의 성격과 국내 과세 기반을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됐다. 다만 송금 규모만으로 조세 회피 여부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플랫폼의 망 이용대가 문제도 다시 거론됐다. 국감에서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 인터넷 트래픽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망 이용대가 부담에서는 국내 사업자와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용자 구독료 부담과 요금제 개편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업계의 협업이 국내 작품의 해외 진출 기회를 넓히고 투자와 제작 역량을 키우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장기적인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흥행 성과가 제작사와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구조인지, 국내 사업 활동에 걸맞은 세금과 네트워크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서랜도스 CEO는 한국을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를 위한 가장 소중한 파트너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한국 콘텐츠의 성공을 강조한 만큼, 그 성과를 국내 창작 생태계와 어떻게 나눌 것인지도 넷플릭스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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