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에도 저작권이?"…덴마크의 딥페이크 방지 실험

IT/과학

뉴스1,

2026년 October 27일, AM 07:01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덴마크가 인공지능(AI)을 악용한 딥페이크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의 얼굴과 목소리 등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람의 얼굴이나 목소리 자체에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신체적 특징을 사실적으로 복제한 디지털 콘텐츠를 동의 없이 공개하지 못하도록 저작권법에 새로운 보호 규정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딥페이크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덴마크의 시도가 온라인 플랫폼의 신속한 대응을 끌어내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얼굴·목소리 복제한 디지털 콘텐츠 공개 제한…일반인도 보호
27일 덴마크 의회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최근 개인의 신체적 특징을 무단으로 디지털 복제해 공개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저작권법 개정안(L49)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 22일 1차 심의를 거쳐 현재 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개인의 얼굴과 목소리 등 식별 가능한 신체적 특징을 사실적으로 모방한 디지털 콘텐츠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대중에게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AI로 특정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합성해 실제로 하지 않은 말을 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면 해당 규정을 근거로 삭제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보호 대상에는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포함된다. 가수나 배우 등 공연예술인의 경우 실제 공연이나 연기를 사실적으로 모방한 디지털 콘텐츠를 동의 없이 공개하는 행위도 제한된다.

다만 캐리커처와 풍자, 패러디, 권력 및 사회 비판 등은 원칙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른 사람의 권리나 이익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허위정보에는 예외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저작권법으로 딥페이크 막는 '발상의 전환'…"플랫폼 신속 삭제 유도"
덴마크가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딥페이크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온라인 플랫폼에 신속한 삭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강화하려는 취지다.

얼굴과 목소리 등 개인의 신체적 특징은 기존에도 초상권과 인격권 등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사실적으로 합성해 비상업적인 영상을 공개한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적용 법률과 구제 수단이 달라 피해자가 온라인 플랫폼에 대응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덴마크는 저작권법에 개인의 신체적 특징을 사실적으로 복제한 디지털 콘텐츠의 무단 공개를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유럽의회 조사처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이를 저작권법을 활용해 새로운 인격권을 도입하려는 '새로운 접근법'(novel approach)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은 지난해 8월 발표한 '딥페이크 규제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 추진' 보고서에서 "저작권 침해 대응 체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삭제 요청 및 책임 부과 등과 관련해서도 DSA와 연계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반응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니아 스탬페 덴마크 문화부 장관도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법안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거대 기술기업들이 조작된 콘텐츠를 신속히 삭제하도록 해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디지털 레플리카' 규제 강화…기존 초상권 보호와 차이
한국에서도 AI로 실존 인물의 얼굴과 목소리를 재현한 '디지털 레플리카'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식재산처는 지난 14일 AI로 특정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실제와 유사하게 재현·합성한 디지털 레플리카를 부정경쟁방지법의 규율 대상에 포함하고 관련 침해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알려지고 경제적 가치를 지닌 인물의 성명과 초상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반면 덴마크 개정안은 유명인 여부나 상업적 이용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인의 신체적 특징을 사실적으로 복제한 디지털 콘텐츠의 무단 공개까지 보호 대상으로 삼는다는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도 일반인은 초상권과 인격권 침해에 따른 민사적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성적 딥페이크의 제작·유포 등은 별도의 법률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일반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무단으로 디지털 복제해 공개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명문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은 이미 덴마크보다 앞서서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유명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면서 "일반인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를 특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플랫폼에 책임을 지우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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