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제 투여 후 뇌 속 변화 어떻게? 무선 신경칩으로 추적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7일, AM 09:59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뇌에 심은 작은 신경칩으로 기억·학습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무선으로 실시간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미니돼지에서 약물 투여 후 신호가 증가했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확인함에 따라 향후 치료제 작용 평가와 뇌 반응에 맞춘 자극 조절 연구에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장경인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한국뇌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과 함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감지하는 센서에 빛 자극 소자와 소형 무선 계측 기술을 결합한 이식형 신경칩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진의 증명사진.(왼쪽부터)장경인 교수, 손지은 박사과정, 오세혁 박사 후 연구원, 하정대 박사 후 연구원.(사진=KAIST)
연구진의 증명사진.(왼쪽부터)장경인 교수, 손지은 박사과정, 오세혁 박사 후 연구원, 하정대 박사 후 연구원.(사진=KAIST)
아세틸콜린은 신경세포 사이에서 정보를 전달하며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도네페질’은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이 물질이 더 오래 작용하도록 돕는다. 약물 투여 후 뇌의 특정 부위에서 아세틸콜린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면 약물의 작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팀은 개발한 신경칩을 미니돼지의 전전두피질에 삽입하고, 도네페질을 투여한 뒤 아세틸콜린 신호를 무선으로 측정했다.

특히 약물 투여 후 아세틸콜린 신호가 증가했다가 서서히 회복되는 과정이 관찰해 뇌의 특정 부위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반응을 몸 밖에서 확인했다.

감지 기술의 핵심은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감지층이다. 연구팀은 미세한 구멍이 많은 키토산에 은과 백금으로 만든 아주 가는 나노선을 결합했다. 구멍이 많은 구조는 아세틸콜린을 감지하는 효소가 넓게 붙도록 돕고, 나노선은 효소 반응으로 생긴 물질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다른 물질의 신호가 섞이는 것을 줄이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뇌에 삽입하는 가느다란 탐침 양쪽에 효소가 있는 전극과 없는 전극을 각각 배치했다. 두 전극의 신호를 비교해 공통으로 잡히는 간섭을 줄이고 아세틸콜린의 변화를 구분하는 방식이다. 측정값은 소형 회로를 거쳐 블루투스로 외부 기기에 전달된다.

이 신경칩은 뇌 속 변화를 감지하면서 빛으로 신경세포를 자극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별도의 생쥐 실험에서 칩에 내장된 초소형 발광다이오드(LED)로 빛 자극을 주었을 때 아세틸콜린 신호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동물실험을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미니돼지 공급과 수술을, 한국뇌연구원은 생쥐 수술과 실험을 지원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뇌 질환 치료제가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는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뇌의 반응을 확인하며 자극을 조절하는 ‘폐회로형 신경 인터페이스’ 연구에도 기반이 될 수 있다. 뇌에 자극을 준 뒤 센서로 변화를 읽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자극의 세기나 시점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동물의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측정한 것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과나 기억력 개선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뇌에 오래 삽입해도 안전한지, 측정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를 추가 검증해야 한다.

장경인 교수는 “뇌 속 변화를 읽고, 그 반응에 맞춰 자극을 조절하는 기술로 나아갈 기반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치료제가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피고, 뇌 상태에 맞는 자극 방법을 찾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교원창업기업인 엔사이드를 통해 관련 기술의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 결과는 소자·응용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디바이스(Device)’에 지난 14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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