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벤 리딘 스웨덴 왕립과학원장이 29일 연세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뉴스1 나연준 기자
인공지능(AI)이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고 단백질 구조까지 예측하는 시대에도 과학의 핵심은 인간이 던지는 질문에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AI가 정해진 문제의 답을 찾는 데 뛰어나지만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고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스벤 리딘 스웨덴 왕립과학원장은 29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특강에서 "AI는 질문에 답하는 데 매우 뛰어나지만 인간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인간이 훨씬 잘한다"고 강조했다.
리딘 원장은 무기화학과 결정학 분야의 권위자다. 노벨 화학위원회 위원과 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벨상 수상자 선정에 참여한 바 있고, 2025년 7월 스웨덴 왕립과학원장에 취임했다.
리딘 원장은 AI가 과학 연구에 가져온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특히 AI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연구가 노벨 화학상을 받은 사례를 소개하며 오랜 과학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AI가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백질 폴딩은 아미노산 사슬이 접혀 특정한 3차원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AI는 아미노산 배열을 바탕으로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AI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단백질이 접히는 원리 자체를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라고 리딘 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현재 AI가 해결하는 문제의 수가 크게 늘고 있지만 공통점은 대부분 구조가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라는 것"이라며 "인간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일은 기계가 잘하지 못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질문을 던지는 특권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고, 바로 그것이 과학"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관점은 노벨상 선정 기준과도 맞닿아 있다. 리딘 원장은 노벨상 수상자 선정에서 반드시 충족해야 할 조건으로 독창성을 꼽았다.
그는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문을 처음 연 사람을 찾는다"며 "그 사람이 문을 열면 많은 사람이 그 문을 통과해 훌륭한 연구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처음 문을 열었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적인 발견을 위해서는 실패를 감수하는 도전과 학문적 자유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정말 중요한 일을 하려면 실패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젊은 연구자들이 지도교수가 부여한 과제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질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 투자도 혁신적인 성과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다.
리딘 원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과학 연구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지만 노벨상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까지 35~45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이스라엘 역시 1980년대 과학 연구에 집중 투자한 성과가 약 30년 뒤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연구비 지원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 기반을 구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리딘 원장은 "노벨상을 받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면 거의 모든 과학자는 실패자라는 뜻이 된다"며 "어떤 사실을 처음으로 이해하고 모든 것이 연결되는 순간의 경험,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는 과학을 한다"고 말했다.
yjra@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