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일찍 도착한 미래…‘아이폰 듀오’와 보낸 일주일[잇:써봐]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31일, AM 08:02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화면은 펼쳐졌지만 앱들은 아직 몸을 다 펴지 못했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를 쓰며 가장 자주 든 생각이다. 기기는 새로운 사용법을 제안하는데 익숙한 앱과 손의 습관은 좀처럼 따라오지 못했다.

아이폰 듀오 나이트 스카이 색상 제품을 빌려 일주일간 써봤다.

첫 폴더블 아이폰치고 만듦새는 좋았다. 화면을 펼쳐 영상을 켜자 이 제품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다만 일상으로 돌아와 메시지를 쓰고 사진을 찍다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조금 일찍 도착한 아이폰 같았다.

아이폰 듀오를 반쯤 접어 탁상에 세운 채 영상을 재생하는 모습. 힌지가 각도를 유지해 별도 거치대 없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를 반쯤 접어 탁상에 세운 채 영상을 재생하는 모습. 힌지가 각도를 유지해 별도 거치대 없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를 펼쳤을 때 나타나는 내부 디스플레이의 기본 홈 화면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를 펼쳤을 때 나타나는 내부 디스플레이의 기본 홈 화면 (사진=신영빈 기자)
◇화면은 넓어졌는데, 여전히 세로로 흐르는 앱

아이폰 듀오는 접으면 5.4인치 외부 화면을, 펼치면 7.6인치 내부 화면을 쓴다. 넓은 화면의 장점이 가장 선명한 순간은 영상을 볼 때다. 작은 화면에 시선을 모으던 답답함이 줄었다.

원하는 각도로 접어둘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여러 각도에서 안정적으로 멈췄다. 책상 높이나 앉은 자세에 맞춰 화면을 기울여 영상을 보거나 카메라로 원하는 구도를 잡기도 수월했다. 힌지가 작은 거치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내부 화면의 무광 마감도 마음에 들었다. 빛이 번들거리며 반사되는 느낌이 적고 화면을 보는 인상이 차분했다. 화려한 사양표보다 매일 눈으로 마주하는 이런 차이가 더 오래 남았다.

문제는 영상을 벗어난 뒤다. 기기를 펼치면 자연스럽게 좌우로 긴 방향으로 들게 된다. 그런데 평소 쓰는 앱은 대부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콘텐츠를 본다. 화면은 옆으로 넓어졌는데 시선과 손가락은 계속 세로로 움직인다. 양옆 공간을 충분히 못 쓴다는 느낌이 들었다.

큰 화면을 지원하는 것과 그 화면을 잘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목록과 본문을 나란히 보여주거나 콘텐츠와 조작부를 분리하는 앱에서는 넓어진 이유를 알 수 있다. 기존 화면을 크게 띄우는 수준에 머물면 비싼 화면의 일부를 놀리는 셈이다.

게임도 대화면의 매력을 살릴 분야로 보였다. 다만 아직까지 듀오 화면에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게임이 있어 기대만큼 자유롭게 즐기기는 어려웠다. 하드웨어가 마련한 공간을 소프트웨어가 채우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아이폰 듀오를 펼쳐 세로로 든 채 ‘운빨존많겜’을 실행한 모습. 게임 화면이 내부 디스플레이에 맞춰 넓게 표시된다.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를 펼쳐 세로로 든 채 ‘운빨존많겜’을 실행한 모습. 게임 화면이 내부 디스플레이에 맞춰 넓게 표시된다.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를 펼쳐 가로로 든 채 ‘도깨비의 세계’를 실행한 모습. 촬영 당시 앱이 내부 디스플레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작은 화면으로 표시됐다.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를 펼쳐 가로로 든 채 ‘도깨비의 세계’를 실행한 모습. 촬영 당시 앱이 내부 디스플레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작은 화면으로 표시됐다.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를 완전히 펼쳐 내부 디스플레이로 영상을 감상하는 모습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를 완전히 펼쳐 내부 디스플레이로 영상을 감상하는 모습 (사진=신영빈 기자)
◇카톡 답장을 쓰자 대화가 밀려났다

외부 화면에서는 다른 종류의 답답함이 들 때가 있다.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키보드를 열면 위쪽 대화 내용이 너무 적게 보였다. 상대가 보낸 내용을 확인하며 답장을 쓰려는데 정작 읽어야 할 대화가 좁은 공간으로 밀려난다.

두 앱을 나란히 띄우는 ‘스플릿 뷰’는 가능성이 커 보였다. 한쪽에서 자료를 보고 다른 쪽에 메모하거나 웹페이지를 확인하며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다만 기존 아이폰 사용자인 기자에게는 아직 몸에 밴 방식이 아니었다. 기능을 알고 있어도 막상 손은 익숙하게 앱을 오갔다.

일주일 동안 자주 쓰지 않았다고 쓸모없는 기능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가능한 일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앱이 적응할 시간과 사용자가 적응할 시간이 꽤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아이폰17(왼쪽)과 아이폰 듀오에서 카카오톡 대화창의 키보드를 연 모습. 아이폰 듀오는 키보드 위로 보이는 대화 영역이 상대적으로 좁다.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17(왼쪽)과 아이폰 듀오에서 카카오톡 대화창의 키보드를 연 모습. 아이폰 듀오는 키보드 위로 보이는 대화 영역이 상대적으로 좁다.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의 ‘스플릿 뷰’로 왼쪽에 카카오톡, 오른쪽에 지도를 띄운 모습. 두 앱을 나란히 보며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의 ‘스플릿 뷰’로 왼쪽에 카카오톡, 오른쪽에 지도를 띄운 모습. 두 앱을 나란히 보며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볼륨 버튼은 반가웠고, 화면 캡처는 어색했다

버튼 배치 변화에는 장단점이 있었다. 접은 상태에서 위쪽에 자리한 볼륨 버튼은 마음에 들었다. 오른쪽에 있을 때보다 기기를 쥔 손과 간섭이 적다고 느꼈다.

그런데 화면을 캡처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볼륨 버튼과 측면 잠금 버튼을 함께 눌러야 하는데 달라진 위치에 맞춰 손을 움직이는 과정이 어색했다. 평소에는 좋은 배치가 자주 쓰는 다른 동작에서는 불편이 됐다.

측면 버튼의 지문인식 ‘터치 ID’는 편했다. 손가락을 대는 동작이 어렵지 않았다. 다만 얼굴만 바라보면 잠금이 풀리던 페이스 ID에 익숙해져서 가끔 귀찮기도 했다.

손에 들고 있는 동안 화면이 켜진 줄 모르고 버튼에 손가락이 닿아 지문인식 실패가 거듭된 적도 있었다. 지문인식 방식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최선인지는 물음표가 남았다.

254g의 무게도 빼놓기 어렵다. 화면이 넓어진 만큼 손이 감당하는 부담도 있었다. 펼쳤을 때 5.2㎜라는 얇기는 인상적이지만 실제로 들고 쓰는 동안에는 얇기보다 무게가 먼저 느껴졌다.

아이폰 듀오 나이트 스카이 색상 제품을 접은 상태의 후면 모습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 나이트 스카이 색상 제품을 접은 상태의 후면 모습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를 거의 펼친 상태에서 바라본 내부 디스플레이의 홈 화면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를 거의 펼친 상태에서 바라본 내부 디스플레이의 홈 화면 (사진=신영빈 기자)
◇새로운 촬영법보다 아쉬웠던 망원 카메라

카메라도 아쉬움이 컸다. 촬영 대상이 외부 화면에서 자기 모습을 확인하는 ‘듀오 프리뷰’, 애니메이션으로 아이의 시선을 끄는 ‘아이 시선’은 재미있는 기능이다. 폴더블 구조를 사진 촬영에 활용하려는 아이디어도 좋았다.

다만 일주일 동안 자주 손이 가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켰지만 일상에서 계속 쓸 만한 상황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아이를 자주 촬영하거나 혼자 콘텐츠를 만드는 이용자라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기자에게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전용 망원 카메라의 부재였다. 아이폰 듀오는 4800만 화소 메인·초광각 카메라를 갖췄고 메인 카메라를 활용한 광학급 2배 줌을 지원한다. 다만 별도 망원 렌즈는 없다.

새로운 촬영 방식이 흥미로워도 멀리 있는 피사체를 당겨 찍는 활용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쉽게 넘기기 어려운 빈자리다.

야외에서 아이폰 듀오를 접은 채 외부 디스플레이로 카메라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 (사진=신영빈 기자)
야외에서 아이폰 듀오를 접은 채 외부 디스플레이로 카메라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를 펼쳐 세로로 든 채 네이버지도를 실행한 모습. 촬영 당시 지도 화면이 내부 디스플레이 일부에만 작게 표시됐다. (사진=신영빈 기자)
아이폰 듀오를 펼쳐 세로로 든 채 네이버지도를 실행한 모습. 촬영 당시 지도 화면이 내부 디스플레이 일부에만 작게 표시됐다. (사진=신영빈 기자)
◇첫 시도는 인상적…지금 사야 하느냐는 별개

아이폰 듀오는 일주일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제품이었다. 영상 감상과 무광 화면처럼 곧바로 마음에 든 부분이 있는가 하면 스플릿 뷰처럼 충분히 익힌 뒤 다시 평가해야 할 기능도 있었다.

앱 최적화가 진행되면 활용 폭은 넓어질 것이다. 그러나 구매자는 앞으로 좋아질 제품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지금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국내 시작 가격이 329만원이라는 점은 그 기다림을 더 무겁게 만든다.

첫 제품치고 완성도는 높다. 그렇다고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잘 만든 하드웨어 안에 아직 실험 중인 사용 경험이 함께 들어 있다. 차기 제품에서는 무게와 카메라, 인증 방식 같은 하드웨어의 숙제도 풀어야 한다.

아이폰 듀오를 펼치는 일은 즐거웠지만 내 돈으로 살 것이냐는 질문에는 손이 멈췄다. 화면은 충분히 넓어졌다. 이제 그 안의 경험이 자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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