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들이 만든 기후문제, 스스로 해법도 찾아야”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1일, AM 09:45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기술자들이 우리를 기후 문제에 빠뜨렸으니, 여기서 벗어나게 하는 것도 그들 일입니다.”

세계적인 퍼즐게임 ‘테트리스’의 흥행을 이끈 행크 로저스가 한국의 공학도들에게 기후위기를 해결할 기술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내연기관을 비롯한 기술이 인류의 발전을 이끌었지만 기후변화의 원인도 제공한 만큼 엔지니어들이 해결에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행크 로저스 블루 플래닛 재단 설립자가 지난 29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학교에서 열린 ‘광운 AI·로봇 미래교육 비전 선포식’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행크 로저스 블루 플래닛 재단 설립자가 지난 29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학교에서 열린 ‘광운 AI·로봇 미래교육 비전 선포식’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로저스 블루 플래닛 재단 설립자는 지난 29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학교에서 열린 ‘광운 AI·로봇 미래교육 비전 선포식’ 특별강연에서 자신의 게임 사업 경험과 재생에너지 전환 활동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테트리스 개발자 알렉세이 파지노프와 함께 게임의 세계적 성공을 이끈 사업가다. 1989년 소련을 찾아 닌텐도 게임보이용 판권을 확보한 과정은 영화 ‘테트리스’의 소재가 됐다. 이후 환경·에너지 분야로 활동을 넓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힘써왔다.

로저스는 강연 도중 청중에게 엔지니어나 공학 전공 학생이 얼마나 있는지 물었다. 이어 내연기관을 발명한 기술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기후변화를 만들어냈다”고 농담 섞인 말을 던진 뒤 “이제 우리를 여기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여러분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기후문제를 삶의 과제로 삼은 계기는 죽음의 문턱에 섰던 경험이다. 미국에서 모바일 게임 회사를 키워 매각한 뒤 약 한 달 만에 심장마비로 구급차에 실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아직 돈을 하나도 써보지 못했는데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곧이어 떠오른 생각은 “나는 아직 갈 수 없다.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살아남은 뒤에는 할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 로저스는 “생을 마칠 때까지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나를 괴롭게 할지 생각했다”며 “삶의 사명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사명은 탄소 기반 연료 사용을 끝내는 것이었다. 산호가 해양 산성화로 사라질 수 있다는 기사를 읽고,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첫 번째 사명은 석유와 석탄, 가스의 사용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행은 자신이 살던 하와이에서 시작했다. 블루 플래닛 재단을 세우고 에너지 전환을 추진했다. 그는 약 7년간 활동한 끝에 2015년 하와이에서 2045년까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는 법이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하와이의 경험을 다른 섬과 국가에 전하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각 지역 대표들을 하와이로 초청해 전환 과정과 경험을 공유하고 돌아가서 정책을 추진하도록 돕는다. 로저스는 지금까지 59개 섬을 대상으로 활동했고 국가 정상 19명과 협약을 맺었으며 하와이 외 지역에서 법률 6건의 제정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합의만 기다려서는 변화가 충분히 빠르게 일어나기 어렵다고 봤다. 파리협정에 대해서도 “충분하지 않고 그 목표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에서 각국으로 내려가는 하향식 방식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섬 하나씩 국가 하나씩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방법은 강물에 빗대 설명했다. 인류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해서 강물을 거꾸로 흐르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지금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라고 요구하기보다, 사람들이 따라갈 수 있는 작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저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올바른 방향으로 물길을 만드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재생에너지나 플라스틱 재활용처럼 작은 물길이겠지만 더 많은 사람이 그 길로 가면 강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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