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쓱 넘기는 형식적 개인정보 동의보다 삭제·거부권"…국민 토론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1일, PM 04:20

[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사전 동의를 받는 것보다 활용 목적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언제든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94%에 달했다. 응답자의 85%는 반복되는 개인정보 동의 절차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형식적으로 동의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기존 사전 동의 중심의 개인정보 보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일 서울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AI 시대,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 방법'을 주제로 제3회 '모두의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안유리 기자)
행정안전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일 서울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AI 시대,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 방법'을 주제로 제3회 '모두의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안유리 기자)
행정안전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일 서울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AI 시대,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 방법’을 주제로 제3회 ‘모두의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사전 의견수렴 결과를 공개했다. 행사에 앞서 2주간 진행된 온라인 토론에는 12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현장에는 국민 참여단 200여명과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사전 설문 결과는 개인정보 동의 제도의 한계를 보여줬다. 개인정보 동의 화면을 모두 읽고 결정한다는 응답은 51%였다. 반면 같은 절차가 반복되면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동의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85%에 달했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해서는 정보의 민감도에 따라 규제를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건강·금융정보처럼 유출 시 피해가 큰 정보는 엄격하게 보호하되, 상대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정보는 유연하게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응답이 90%였다. 서비스가 더 편리하고 정확해진다면 개인정보 활용을 허용하겠다는 응답도 64%로 나타났다.

김도승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 왼쪽부터),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김경하 제이앤시큐리티 대표, 윤수영 개인정보보호책임자협의회 사무총장, 황다연 사단법인 소비자와 함께 공동대표가 1일 서울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열린 'AI 시대,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 방법'에서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안유리 기자)
김도승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 왼쪽부터),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김경하 제이앤시큐리티 대표, 윤수영 개인정보보호책임자협의회 사무총장, 황다연 사단법인 소비자와 함께 공동대표가 1일 서울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열린 'AI 시대,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 방법'에서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안유리 기자)
전문가들은 기존 사전 동의 제도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승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며 깜짝 놀랐다”면서 “사전 동의가 이뤄져야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옵트인(Opt-in)’ 방식의 종말이 가까워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황다연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변호사)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면, 동의한 계약서의 효력은 결국 기업에 면책하는 효과로밖에 되지 않는다”며 “거부권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동의 기반 인정 요건을 융통성 있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학습한 개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지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존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된 정보와 달리 AI 모델의 학습에 반영된 개인정보는 삭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경하 제이앤시큐리티 대표는 “데이터베이스(DB) 안 정보는 당연히 삭제가 가능하나, AI 모델 안에 들어가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학습 데이터의 영향을 제거하는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PET)이 연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필 KAIST 교수는 AI가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와 연결되는 시대에 개인정보 관련 판단을 어디까지 AI에 맡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수렴한 국민 의견을 바탕으로 연내 개인정보 보호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송경희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현행 제도가 AI 시대에도 보호와 활용을 함께 잘 해낼 수 있을지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숙의의 결과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해민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도 “개인정보 활용 가능성도 높아지며 어디까지 활용을 해도 되는지 그 부분은 인간이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기준은 국민의 권리와 우리 사회의 합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왼쪽)과 이해민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1일 서울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AI 시대,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 방법'을 주제로 열린 제3회 '모두의 토론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안유리 기자)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왼쪽)과 이해민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1일 서울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AI 시대,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 방법'을 주제로 열린 제3회 '모두의 토론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안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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