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업계 "외국기업 때려 정치적 인기 얻나"…韓정부 '성토'(종합)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5일, AM 10:08

조너선 맥헤일 CCIA 디지털통상 담당 부사장이 5일 화상으로 진행된 CCIA 미디어 그룹 스터디 세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CCIA)
조너선 맥헤일 CCIA 디지털통상 담당 부사장이 5일 화상으로 진행된 CCIA 미디어 그룹 스터디 세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CCIA)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미국 IT업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한국 정부의 플랫폼 규제와 공정거래위원회 법 집행에 대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특히 외국 기업에 대한 제재가 정치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 수단이 악용될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직접 협의해야 할 통상 문제라는 주장도 내놨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5일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화상 브리핑을 열고 한국의 플랫폼 규제와 공정위 과징금 부과 실태에 대한 자체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CCIA는 구글과 애플 등 미국 주요 IT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산업협회다.

조너선 맥헤일 CCIA 디지털통상 담당 부사장은 “법률 자체는 중립적일 수 있지만 실제 집행 방식에 따라 특정 시장 참여자가 불리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국적에 대해 중립적으로 규정된 법률이라도 실제 적용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기업이 한국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국적에 따른 차별이 없도록 보장할 방법이 있는지를 논의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통상 규범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CCIA가 자체 분석한 공정위 과징금의 국적별 격차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트레버 와그너 CCIA 리서치센터 디렉터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공정위 법 집행 데이터베이스의 모든 자료를 분석했다”며 “한국에서 발생한 사업 규모와 법 위반 유형, 산업, 연도 등을 통제한 결과 미국 기업의 과징금은 한국 기업의 약 5.1배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美기업 과징금 5.1배…중국 기업은 훨씬 적어”

그는 “통제 변수에 따라 격차는 4.2~6.6배였으며 단독행위 관련 조항에서는 24~38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에서는 216~341배에 달했다”며 “담합 관련 조항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과징금 부과 조항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트레버 와그너 CCIA 리서치센터 디렉터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5일 화상으로 진행된 CCIA 미디어 그룹 스터디 세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CCIA)
트레버 와그너 CCIA 리서치센터 디렉터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5일 화상으로 진행된 CCIA 미디어 그룹 스터디 세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CCIA)
특정 대기업에 대한 대규모 제재가 통계를 왜곡했다는 반론도 반박했다. 와그너 디렉터는 “퀄컴이나 쿠팡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며 “두 기업을 분석에서 제외하더라도 미국 기업에 부과된 과징금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결과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기업에 부과된 과징금은 훨씬 적었다”며 “한국에서 사업하는 모든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위반 행위의 중대성 등이 충분히 반영됐느냐는 질문에는 분석의 한계를 일부 인정했다. 와그너 디렉터는 “위반 행위의 중대성은 개별 사건별로 반영할 수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공정위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위가 추가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공개한다면 향후 연구에 기꺼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 “외국기업 제재, 정치적 인기 위한 도구 돼선 안 돼”

맥헤일 부사장은 플랫폼 규제의 정치적 동기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규제 수단이 특정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거나 정치적 이유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며 “외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 권한을 행사한다면 공정경쟁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제기관의 중립적 임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서로 다른 두 기업의 관계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하면 특정 기업을 다른 기업보다 지원하라는 정치적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며 “특히 상대방이 외국 기업이라면 그러한 조치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얻기가 매우 쉽다”고 지적했다.

한국 소비자나 중소기업에 실제 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규제를 반대하느냐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맥헤일 부사장은 “우리는 모든 규제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소비자가 공정한 대우를 받고 시장 전반에서 경쟁이 보장되도록 하는 규정을 분명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기업에 다른 기업보다 유리한 지위를 부여하는 특별 규정을 만드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플랫폼 규제에서도 특정 유형의 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한 특별 규정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투자 축소 사례는 몰라”…한미 통상 협의 촉구

규제가 실제 미국 기업의 투자 축소로 이어졌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사례를 알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오히려 아마존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를 거론하며 “회원사 대부분은 한국 시장의 기회에 큰 기대를 갖고 있으며 여전히 투자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망 이용료 정책을 해저케이블 투자를 가로막는 사례로 제시하며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신규 투자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CCIA는 이러한 문제를 한미 통상 협의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맥헤일 부사장은 “트레버의 연구는 공정위 법 집행에서 실제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줬으며 이는 통상 문제로도 다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확인한 자료를 기준으로 적어도 논의가 필요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일응의 증거가 있다”며 “대규모 통상분쟁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한국 정부와 규제기관, 미국 정부 사이에 대화는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CCIA는 이미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의 규제 문제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와그너 디렉터의 연구 결과도 인용했다고 밝혔다. 맥헤일 부사장은 “약 1년 전 발표된 한미 공동 팩트시트가 좋은 토대를 마련했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며 “양국 경제·통상 관계의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려면 이러한 마찰 요인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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