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빼도 차별 심하네…"공정위, 美 기업에 과징금 5.1배 부과"

IT/과학

뉴스1,

2026년 November 05일, AM 11:25

트레버 와그너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연구센터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 (팀즈 갈무리)

미국 IT업계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과정에서 미국 기업이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퀄컴·쿠팡 등 대형 제재 사례를 제외해도 국적별 격차가 남는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일부 글로벌 기업의 중대한 법 위반 사건이 통계에 영향을 미쳤다며 차별적 법 집행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5일 오전 미디어 스터디 세션을 열고 한국 공정위의 법 집행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CCIA는 미국의 컴퓨터통신산업협회로 정보기술(IT)·통신·인터넷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연구를 진행한 트레버 와그너 CCIA 연구센터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공정위가 내린 제재 결정 1203건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이 기간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총 6조 7000억 원이며 미국 기업에 부과된 금액은 약 1조 5230억 원이다.

전체 제재 대상 기업별 항목에서 미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했지만 과징금 총액에서는 22.8%를 차지했다.

한국 내 사업 규모를 고려해 과징금 수준을 비교한 결과, 미국 기업은 한국 기업보다 4.2~6.6배 높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고 분석했다.

법률 조항과 산업, 제재 연도 등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고려한 별도 분석에서도 미국 기업의 과징금이 한국 기업보다 약 5.1배 높게 나타났다.

CCIA 보고서를 토대로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특정 위반 유형에서는 과징금 격차가 더욱 컸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에서는 미국 기업의 한국 내 사업 규모 대비 과징금 수준이 한국 기업보다 216~341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은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가진 기업이 다른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거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공정위가 퀄컴의 특허 라이선스 관련 불공정행위에 약 1조 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퀄컴과 쿠팡을 분석에서 제외하더라도 미국 기업에 대한 과징금이 더 높다는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유지된다"며 "개별 기업이나 일부 대규모 제재 결정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료]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2024.11.12 © 뉴스1 김기남 기자

美기업 과징금 확정 땐 늘고 韓기업은 줄어…법원 감액도 차이
CCIA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최종 확정하는 과정뿐 아니라 법원의 과징금 감액 사례에서도 기업 국적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과징금은 최초 발표 당시 2074억 원에서 최종 2249억 원으로 약 8.5% 증가했다. 쿠팡도 1400억 원에서 1628억 원으로 16.3% 늘었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과징금이 724억 원에서 151억 원으로 약 79% 줄었으며, 이동통신 3사에 대한 과징금도 1140억 원에서 964억 원으로 15.5% 감소했다.

또 한국 기업에 부과된 주요 과징금 상위 6건은 금액 기준 약 91%가 취소·감경되거나 관련 판결이 뒤집혔지만 미국 기업의 주요 과징금 상위 5건에서는 과징금 금액의 약 97%가 유지됐다.

와그너는 "법원 판결을 보면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과징금을 감액받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법원은 공정위와 별개 기관이지만 이러한 차이가 미국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과징금 격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너선 맥헤일 CCIA 디지털 무역 담당 부사장도 "규칙 자체는 중립적일 수 있지만 실제 적용 방식에 따라 시장의 특정 참여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법 집행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 등 새로운 규제 도입 움직임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이런 문제 제기 속에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내 규제 당국의 제재도 이어지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10월 28일 인앱결제 강제 등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을 이유로 구글과 애플에 총 637억 1000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이들은 미국 플랫폼 기업들이 클라우드와 앱 유통, 데이터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한국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지만 규제가 강화되면 관련 기술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너선 맥헤일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디지털 무역 담당 부사장. (팀즈 갈무리)

"차별 없는 법 집행 입증해야"…USTR에 연구 결과 제출
CCIA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 공정위가 법 집행의 형평성을 입증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한미 정부 간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맥헤일 부사장은 "우리는 규제 당국의 규제 권한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공정위가 외국 기업에 대한 법 집행이 불균형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줄 통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양자 협의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도 법 집행의 공정성을 판단할 기준과 지표를 논의하고 싶다"고 전했다.

CCIA는 이미 연구 결과를 미국 정부에도 전달한 상태다. 연구보고서를 통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통한 협의와 미국 무역법 301조에 따른 공정위 과징금 부과 관행 조사 개시를 권고했다.

맥헤일 부사장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직접 제출한 의견서에서 와그너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으며 관련 연구자료를 미국 국무부와 상무부에도 공유했다"며 "미국 기업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소한 공정위를 포함한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그너는 "한미 관계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며 "양국 경제·무역 관계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이러한 걸림돌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미국 기업에 대한 과징금이 높게 나타난 것은 일부 대형 법 위반 사건의 영향이라며 국적에 따른 차별적 법 집행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국내외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기준과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한다는 입장"이라며 "개별 기업의 행위가 법에 위반되는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기업의 평균 과징금이 높은 것은 관련매출액이 큰 퀄컴 건 등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들의 중대 법위반 사건의 영향으로, 이를 근거로 공정위가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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