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국제 OTT 포럼'에서 성샹 샤오홍슈 마케팅연구소 소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이날 발표자로 나선 성샹 샤오홍슈 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콘텐츠에서 비즈니스로: 커뮤니티가 이끄는 소비의 변화’를 주제로 이용자 참여를 통한 콘텐츠 확산과 수익화 전략을 소개했다.
성 소장은 기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 더 많은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중앙집중형 확산 구조라면, 샤오홍슈는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공유하는 네트워크형 확산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 사람의 콘텐츠 공유가 다른 이용자의 참여로 이어지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사진=윤정훈 기자)
오래된 콘텐츠가 이용자 참여를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사례로는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봄밤’을 들었다. ‘응답하라 1988’은 샤오홍슈에서 ‘마음의 패딩’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따뜻한 가족 이야기가 매년 겨울 이용자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내기 때문이다. ‘봄밤’ 역시 이용자들이 편집해 올리는 주요 장면과 영상 클립을 통해 방영 이후에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중국 드라마 ‘후궁견환전’은 방영 15년이 지났지만 매년 1억건 이상의 온라인 토론이 발생할 정도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용자들은 작품 속 장면과 인물 관계를 분석하고 2차 창작물을 만들며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있다. 성 소장은 시청자를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공동 창작자로 대할 때 콘텐츠가 5년, 10년을 넘어 한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윤정훈 기자)
성 소장은 한국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도 이러한 이용자 반응 분석이 활용될 수 있다고 봤다. 방송과 촬영이 동시에 진행되는 한국의 제작 환경에서는 실시간 댓글 분석을 넘어 시청자 반응을 스토리 전개에 반영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제작 시스템에서는 댓글 기능을 활용해 스토리 전개 방향까지 바꿀 수 있다”며 “그야말로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영 이후 콘텐츠를 상품과 사업으로 연결하는 전략도 제시했다. 중국 요리 경연 예능 ‘일반봉신’은 한국의 ‘흑백요리사’와 유사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셰프 14명은 11개 이상의 브랜드와 협업해 60여개의 상품을 개발했다.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본 셰프들의 요리를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하는 수요를 상품 구매로 연결한 것이다. 일부 셰프는 식당을 열거나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출시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혔다.
(사진=윤정훈 기자)
샤오홍슈는 스포츠와 서브컬처 영역에서도 이용자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한 뒤 개막까지 준비 기간이 20일에 불과했지만 공식 중계 외에도 젊은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중계, 지역 방언을 활용한 중계 등 여러 버전을 선보였다. 시청자가 취향에 따라 원하는 중계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응원팀 배지와 승부 예측, 밈 공유 등 참여형 콘텐츠도 마련했다. 성 소장은 이를 통해 1100만명의 이용자가 샤오홍슈 팬 커뮤니티에 합류했다고 소개했다.
오프라인 경험을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장한 사례도 있다. 샤오홍슈는 상하이의 섬 전체를 빌려 이용자들이 가상의 세계관 속 등장인물처럼 활동하는 서브컬처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10만명이 방문했고, 현장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플랫폼으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이용자 유입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참여 구조는 커머스와 브랜드 사업에도 연결된다. 성 소장은 샤오홍슈의 전체 이용자 규모가 4억명이며, 매일 약 800만명이 콘텐츠를 게시하고 1억4000만명이 상품을 검색한다고 밝혔다. 이용자의 관심사와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콘텐츠와 상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은 이용자에게 정밀하게 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브랜드의 중국 진출 사례로는 안경 브랜드 페이크미를 들었다. 페이크미는 샤오홍슈에서 인플루언서와 라이브 방송을 활용해 선글라스와 시력교정 안경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라이브 방송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 얼굴형에 맞는 제품 등을 실시간으로 질문하면 브랜드는 이러한 반응을 향후 상품 선정과 마케팅 전략에 반영할 수 있다.
성 소장은 OTT 사업자들이 자체 커뮤니티를 구축하기보다 이미 형성된 플랫폼과 협력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경쟁력 있는 영상 콘텐츠가 있고, 샤오홍슈에는 어떤 이용자가 해당 콘텐츠를 좋아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와 커뮤니티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에는 시청자를 단순히 콘텐츠의 수용자로 여겼지만, 오늘날에는 콘텐츠의 공동 창작자로 대할 수 있다”며 “시청자들은 많은 작품에 두 번째 생명을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