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OTT 시장 최대 경쟁 대상”…팬덤이 승부 가른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5일, PM 02:04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를 넘어 콘텐츠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팬덤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비드 살몬 투비 글로벌사업 총괄 부사장이 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국제 OTT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데이비드 살몬 투비 글로벌사업 총괄 부사장이 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국제 OTT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데이비드 살몬 투비 글로벌사업 총괄 부사장은 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국제 OTT 포럼’에서 “팬덤은 단순히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의미를 갖는다”며 “정체성, 커뮤니티, 참여가 결합할 때 강력한 팬덤이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트리밍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팬덤 부상의 배경으로 꼽았다. 과거에는 방송 주파수와 채널, 비디오 대여점의 진열 공간 등 콘텐츠를 유통하는 수단이 제한적이었다. 방송사가 편성한 시간에 맞춰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볼 수 있는 콘텐츠도 유통망이 제공하는 범위 안에서 선택해야 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음악과 뉴스, 방송 프로그램이 개별 콘텐츠로 분리돼 다양한 플랫폼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투비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는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워졌다.

문제는 사람의 시간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만큼 플랫폼들은 이용자의 관심과 시청 시간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데이비드 살몬 투비 글로벌사업 총괄 부사장이 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국제 OTT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데이비드 살몬 투비 글로벌사업 총괄 부사장이 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국제 OTT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살몬 부사장은 “콘텐츠 유통이 풍부해지고 누구나 쉽게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상은 바로 이용자의 시간”이라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팬덤의 의미도 달라졌다. 단순히 특정 작품을 반복해서 시청하거나 출연자를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콘텐츠를 중심으로 정체성을 형성하고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직접 콘텐츠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K팝이다. 살몬 부사장은 K팝 팬덤이 음악을 듣고 공연을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팬덤 운영 방식은 다른 국가의 콘텐츠 산업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팬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살몬 부사장은 작품이 약 6억8000만회의 시청 기록을 세웠다고 언급하며, 작품 자체를 보는 데서 나아가 음악과 캐릭터, 세계관에 팬들이 참여하면서 영향력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살몬 투비 글로벌사업 총괄 부사장이 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국제 OTT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데이비드 살몬 투비 글로벌사업 총괄 부사장이 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국제 OTT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팬덤은 콘텐츠의 흥행 가능성을 확인하는 통로이자 새로운 지식재산권(IP)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영화 ‘백룸스’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장의 기묘한 사진에서 시작됐다. 이용자들이 각자의 해석과 설정을 덧붙이며 세계관을 확장했고, 크리에이터 케인 파슨스가 이를 바탕으로 유튜브 영상 시리즈를 제작했다. 이후 영화 제작사 A24가 가능성을 발견해 영화로 만들었다. 살몬 부사장은 이 작품이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3억50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고 소개했다.

투비의 오리지널 영화 ‘사이드라인드: 더 QB 앤드 미’도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한 사례다. 캐나다 온라인 창작 커뮤니티 왓패드에 올라온 소설이 약 3200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독자들이 이야기 전개와 결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이후 정식 출판을 거쳐 영화로 제작됐으며, 2024년 미국과 캐나다 투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에 올랐다.

팬덤은 콘텐츠 제작과 투자 방식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방송사나 영화사 경영진이 대본과 출연진, 제작비 등을 검토해 작품을 선택하는 하향식 의사결정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크리에이터를 통해 먼저 팬덤을 형성하고, 이용자 반응으로 수요를 확인한 뒤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확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팬들의 참여를 통해 작품의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사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콘텐츠 제작 비용이 낮아지면 팬덤의 경제적 가치도 커질 수 있다. 과거에는 제작비와 유통비를 회수하기 위해 수백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 대중적인 콘텐츠에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제작비가 낮아지면 특정 취향을 가진 소규모 집단을 위한 콘텐츠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살몬 부사장은 “과거에는 수백만명의 시청자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수천명의 팬만으로도 콘텐츠가 경제적으로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중적인 흥행작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작은 취향 공동체를 충성도 높은 이용자로 키우는 전략이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OTT 사업자의 경쟁 기준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인기 드라마나 영화를 얼마나 독점적으로 확보했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이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투비는 이를 위해 개인화 추천 기술에 투자하는 동시에 지난 12개월 동안 3만5000편 이상의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확보했다. 틱톡과는 크리에이터 인큐베이터를 구축해 틱톡에서 팬덤을 형성한 창작자가 투비에서 롱폼 콘텐츠로 활동 영역을 넓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살몬 부사장은 “앞으로 훌륭한 미디어 기업과 스트리밍 서비스는 모든 사람이 무엇을 시청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기업이 아니라 각각의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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