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환 리젠이노팜 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소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새미 기자)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기존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가 손상된 부위를 섬유성 조직으로 메우는 ‘복구’(Repair)에 초점을 맞췄다면 ‘PU001’은 정상 조직을 되살리는 ‘재생’(Renewal)을 목표로 합니다. 기존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와는 개념부터 다른데 이러한 접근은 마이크로RNA(miRNA)를 통해 세포의 줄기세포성(Stemness)을 자극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오일환 리젠이노팜 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소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리젠이노팜은 오 대표가 2019년 설립한 신약개발 기업이다. 줄기세포를 직접 이식하는 대신 체내 세포가 지닌 재생 능력을 활성화하는 방식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 후보물질 ‘PU001’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연내 임상 1상에 착수하고 늦어도 내년 1월 첫 투약에 나설 계획이다.
◇줄기세포 이식 없이 조직 재생…miRNA ‘let-7’ 표적
오 대표는 PU001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으로 국내 최초의 miRNA 표적 신약이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miRNA 관련 신약 개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치료제는 없다.
리젠이노팜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까지 임상에 진입한 miRNA 관련 치료제는 누적 17개다. 프랑스 아비박스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오베파지모드’(Obefazimod)의 임상 3상을 마치고 신약허가신청(NDA)을 준비 중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심부전 치료제 ‘CDR132L’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노바티스는 지난 3월 ‘파라부르센’(Farabursen)의 임상 1b상을 완료했다. 단 오베파지모드는 miRNA 발현을 간접적으로 조절하는 저분자화합물로, miRNA에 직접 결합하는 치료제와는 기전이 다르다.
PU001은 miRNA의 일종인 ‘let-7’을 표적으로 하는 합성 펩타이드 치료제로, 궤양 부위에 직접 분사하는 스프레이 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miRNA는 여러 유전자의 발현을 동시에 조절하며 세포의 증식과 분화 등에 관여한다. 리젠이노팜은 이를 활용해 손상된 피부의 혈관과 상피조직, 탄력섬유를 함께 재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 대표는 “우리가 표적으로 하는 miRNA는 ‘let-7’”이라며 “말 그대로 아직 가보지 않은 길(Unexplored Road)”이라고 말했다.
PU001이 겨냥하는 당뇨병성 족부궤양은 혈류 장애와 신경병증 등으로 발의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난치성 질환이다. 심하면 하지 절단으로 이어지며, 절단 이후에는 사망 위험도 높아진다. 국내에서도 헬릭스미스(084990) 등 여러 바이오기업이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 대표는 단순히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을 넘어 치유 이후 조직의 상태까지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상 부위가 섬유성 조직으로 메워지더라도 혈류 장애와 염증이 지속되면 상처가 재발하거나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당뇨병성 족부궤양은 하지 절단 이후 사망 위험까지 높아지는 중증 질환으로, 치료제 개발도 매우 어렵다”며 “우리는 이런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질환에 새로운 방식으로 정면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모델서 조직 재생 효과 관찰…내년 1월 환자 투약 목표
리젠이노팜은 당뇨를 유도한 돼지모델에서 PU001의 상처 치유와 조직 재생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돼지는 피부 구조가 사람과 가장 유사한 동물 중 하나로 꼽힌다.
회사 측이 제시한 실험자료에 따르면 PU001 투여군은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상처 부위의 조직 결손 길이가 짧았다. 조직 이미지에 표시된 길이는 대조군 12.904㎜, PU001 투여군 8.862㎜였다. 오 대표는 “PU001 투여군에서 일반적인 상처 드레싱뿐 아니라 기존 상처치료제 처리군보다도 빠른 치유 효과를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 대표는 혈관의 질적 차이에 대해 강조했다. 당뇨병성 족부궤양은 혈류 장애와 신경병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질환이다. 혈관이 새로 형성되더라도 혈관벽의 투과성이 높으면 염증과 조직 손상이 지속될 수 있다.
그는 “기존에는 혈관을 새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저희는 혈관 내피세포 간 접합부가 유지되는 누출이 적은 혈관(Non-leaky vessel)을 형성하는 데 주목했다”며 “재상피화뿐 아니라 탄력섬유와 육아조직의 재형성까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리젠이노팜이 진행할 이번 임상은 건강한 성인 대상 1a상과 당뇨병성 족부궤양 환자 대상 1b상을 통합한 설계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7일간 투여하고 환자군에서는 병변 크기와 치유 경과에 따라 최대 20주까지 투여할 계획이다.
리젠이노팜은 연내 임상 개시를 추진하고 있으며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첫 투약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 임상 2상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식약처에 조건부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당뇨발 다음은 욕창…심근경색·뇌졸중 등 난치성 질환 도전
리젠이노팜은 PU001의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 효과를 입증한 뒤 욕창 등 다른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욕창은 장기간 압박으로 혈액순환이 저하되면서 피부와 주변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오 대표는 “(PU001로)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다음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는 욕창”이라며 “의사 출신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치료 대안이 부족하고 환자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에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피부미용 분야로의 사업 확장 가능성도 열어뒀다. 오 대표는 PU001이 비정상적인 혈관 누출을 줄이고 정상적인 피부조직 재생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피부 재생, 피부톤 개선 등에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단 구체적인 사업화 계획이 수립화된 단계는 아니며, 주력 사업은 여전히 질환 치료라는 게 오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피부미용 분야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우리의 주력 사업은 질환 치료”라며 “우선은 당뇨병성 족부궤양과 같은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리젠이노팜의 다른 파이프라인들도 개발 난도가 높은 질환을 겨냥하고 있다. 급성 심근경색 치료제 ‘RH001’과 뇌졸중 치료제 ‘PN001’이 대표적이다. 두 질환 모두 손상된 조직의 기능을 회복시키기 어렵고, 기존 치료만으로는 이미 발생한 조직 손상을 되돌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 대표는 “줄기세포를 직접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조직 재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기술의 강점”이라며 “당뇨병성 족부궤양뿐 아니라 심근경색과 뇌졸중에서도 기존 치료법과 차별화된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목표”라고 다짐했다.
한편 리젠이노팜은 최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의 임상 단계 지원과제에도 선정됐다. 오 대표는 “회사가 KDDF 과제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라고 귀띔했다. 회사 측은 이번 지원과 투자 유치 등을 통해 PU001 임상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