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송이 한국투자신탁운용 책임이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제약·바이오주 투자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박송이 한국투자신탁운용 책임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바이오 기업의 투자 매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글로벌 제약사의 수요를 꼽았다. 후보물질의 임상 결과뿐 아니라 해당 기술이 실제 기술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매 분기 국내 회사뿐만 아니라 빅파마들의 실적발표, 학회 등을 모두 트래킹하면서 우리나라의 어떤 기업이 그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파트너사나 글로벌 자료를 통해 회사의 설명을 교차 확인하려고 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여러 관점을 살펴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같은 임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설명하더라도 다른 관점에서는 위험 요인이 발견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책임은 약학을 전공한 뒤 LG화학 생명과학본부 임상팀에서 약 3년간 근무했다. 이후 메리츠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를 거쳐 한국투자신탁운용에 합류했다. 현재 코스닥 바이오 기업에 선별 투자하는 ‘ACE K바이오코스닥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고 있다.
그가 신약개발 현장에서 증권가로 옮긴 것은 더 넓은 시야에서 산업을 살펴보고 싶어서다. 박 책임은 “산업에서는 맡은 의약품을 깊게 들여다봤다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산업 전반을 끊임없이 살펴봐야 한다”며 “이 점이 계속해서 스스로 공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빅파마 원픽’ 바이오텍 찾는다…미용기기로 변동성 완화
박 책임이 코스닥 바이오 기업에 주목한 것은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는 바이오텍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에는 긴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바이오텍이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확인한 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하는 사업 구조에도 주목했다.
박 책임은 “파이프라인을 분석해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고 기술력이 있는지 검증해야 할 바이오텍들은 코스닥에 많이 있다”며 “국내 바이오텍이 글로벌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고, 빅파마와 꾸준한 기술이전으로 성과를 내주고 있기 때문에 옥석가리기를 잘하면 투자 매력이 높은 기업들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그는 국내 바이오텍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글로벌 제약사의 관점에서 사업성을 살펴보려 한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도입해 개발과 판매를 이어갈 제약사의 수요가 없다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책임은 “기업의 설명만 듣기보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 봤을 때 산업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약물인지, 상업화되면 잘 팔릴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며 “글로벌 흐름에 부합하고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선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운용 중인 ETF에는 신약개발 기업과 함께 미용 의료기기 기업도 담으며 투자 변동성을 완화했다. 임상 결과나 기술이전 여부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바이오텍과 달리 미용기기 업체는 제품 판매를 통해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박 책임은 “바이오텍 중에는 적자 기업이 많고 실적을 내는 곳이 손에 꼽히지만 미용기기 업체들은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다”며 “실적 측면에서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주목 업종은 ‘RNA 치료제’…시장 확장 기대
국내 바이오 업종에 대해서는 주가 부담이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의 자금 흐름과 대외 변수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업종 전체보다는 임상 결과 등 투자 판단의 근거가 뚜렷한 기업에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박 책임은 “통상 연말에 기술이전 성과가 많이 나오고 내년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까지 기대감이 이어질 수 있어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본다”면서도 “아직은 업종 전반의 비중을 늘리기보다 일부 기업에 선별적으로 접근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전망에 대해서도 “특정 계기로 업종 전체가 상승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올해와 같은 기술이전 성과가 이어진다면 현재 주가 수준에서 기업별 성과가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박 책임은 향후 1~2년간 주목할 분야로 리보핵산(RNA) 치료제를 꼽았다. 현재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과거 항체의약품 시장의 초기처럼 향후 적용 분야가 넓어지며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RNA 치료제는 RNA를 활용해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의 생산을 조절하거나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의약품이다.
박 책임은 초기 RNA 의약품이 주로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개발됐다면 최근에는 만성질환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RNA 분야에서 비만과 황반변성, 탈모 등 다양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며 “개인 맞춤형으로 개발되는 치료제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치료제도 있어 치료 영역과 사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의 개발 성과도 관심사다. 박 책임은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이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상용화된다면 RNA 치료제 시장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2030년으로 갈수록 시장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 투자에도 기준 필요…다음 성장 계기 확인해야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단기 주가나 소문을 좇기보다 기업이 개발하는 기술과 후보물질을 이해하고 꾸준히 살펴볼 것을 조언했다. 바이오 기업은 개발 기간이 긴 만큼 성공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크지만, 동시에 실패했을 때 손실도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책임은 “바이오 특성상 모든 것을 알고 투자하기는 어렵지만, 파이프라인 기술이전이 될 때까지 과실을 맺기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장기간 투자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투자에 앞서 판단을 바꿀 기준을 정해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기업이 사실상 하나의 핵심 후보물질에 의존하고 있는데 해당 개발이 실패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낮아졌다면 투자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가가 상승한 뒤에도 다음 개발 일정이나 성장 계기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당초 목표했던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이후 기업가치를 높일 만한 계기를 찾기 어렵다면 일부 수익을 실현하고 기업의 후속 상황을 지켜보는 방법도 있다는 설명이다.
박 책임은 “주가가 좋을 때는 앞으로 더 오를 것만 생각하다가 수익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며 “자신의 기준을 정해 투자하고, 수익을 실현한 뒤에도 회사의 변화를 계속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