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우리말에 장례식을"…7700편 경쟁 뚫은 시 한 편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8일, AM 09:18

7일 경기도 가평 한컴그룹 청리움에서 열린 ‘2026 제2회 한컴문학상' 시상식에서 변성준 한컴그룹 부회장(왼쪽)과 대상 수상자 성백광 시인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컴그룹)
7일 경기도 가평 한컴그룹 청리움에서 열린 ‘2026 제2회 한컴문학상' 시상식에서 변성준 한컴그룹 부회장(왼쪽)과 대상 수상자 성백광 시인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컴그룹)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사라져 가는 우리말을 애도한 시 ‘말의 장례식’이 제2회 한컴문학상 대상을 차지했다. 한컴그룹은 현재 3000만원인 대상 상금을 향후 1억원까지 높여 한컴문학상을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문학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한컴그룹은 지난 7일 경기 가평군 한컴그룹 청리움에서 ‘2026 제2회 한컴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한컴문학상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대한시문학협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한컴그룹과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열린 올해 대회에는 총 7700여편이 응모했다. 인공지능(AI)이 글을 쓰는 시대에 인간이 직접 경험하고 사유한 언어의 가치를 발굴한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심사는 나이와 경력, 등단 여부를 가린 블라인드 방식으로 이뤄져 신인과 기성 문인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했다.

올해는 청소년·고등부도 신설됐다. 일반 고등학생뿐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혔다. 시상식에는 수상자와 가족, 심사위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대상은 자유시 ‘말의 장례식’을 쓴 성백광 시인에게 돌아갔다. 성 시인에게는 상패와 상금 3000만원이 수여됐다. 작품은 일상에서 점차 사라지는 우리말에 담긴 삶의 기억과 정서를 되짚었다.

성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어머니가 쓰시던 ‘마실’, ‘저문 녘’, ‘빼닫이’ 같은 말들은 한 시대의 살림과 체온을 품은 유산”이라며 “사라지는 말들의 장례를 치르려 했지만, 그 말들은 끝내 죽지 않고 오늘 제 이름을 부르며 다시 살아 돌아왔다”고 말했다.

최우수상은 구영인·박현주 작가가 받았다. 청소년·고등부 금상은 ‘자동문은 망설임을 모른다’를 쓴 민희주 학생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은 문 앞에서 주저하는 사람과 먼저 열리는 자동문을 대비해 망설임과 도전의 의미를 표현했다.

민 학생은 “자신감이 생기기만 기다리다가 해 보고 싶었던 일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며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생각들을 나만의 언어로 꾸준히 써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가작 4명과 청소년·고등부 은·동상 수상자 6명, 지도교사상을 받은 여명학교 오수찬 교사 등 총 15명이 수상했다. 수상작 전편은 단행본 ‘한컴문학상 수상집’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한컴그룹은 문학상 규모도 확대한다. 현재 3000만원인 대상 상금을 단계적으로 1억원까지 높이고, 청소년 문학 인재 발굴과 창작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은 “상에 상징성과 권위가 있어야 많은 문인이 그 상을 꿈꾸며 나아간다”며 “기업이 사회에서 얻은 것을 돌려드리는 마음으로 문학계를 위한 상을 키워 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룹은 지원만 하고, 한컴문학상이 문인들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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