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비만약 계약, 리듬이 먼저 재협상 제안…7% 로열티 포기 대가는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9일, AM 07:26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LG화학(051910)이 희귀 비만 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을 1조원대로 확대했지만, 정작 계약 재협상을 먼저 제안한 곳은 미국 파트너사인 리듬 파마슈티컬스(이하 리듬)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듬은 향후 최대 7%까지 높아질 수 있었던 판매 로열티 부담을 줄이기 위해 LG화학 측에 선제적으로 조건을 제시하고 계약 내용을 조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래지만, 향후 의약품 매출 성장에 따라 경제적 유불리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직원들이 신약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LG화학.)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직원들이 신약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LG화학.)




◇리듬, 먼저 협상 테이블 차리자고 제안

헌터 스미스 리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일(현지시간)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계약 재협상을 어느 회사가 먼저 제안했느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리듬이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스미스 CFO는 “계약에 따른 포트폴리오 전체의 로열티 부담이 비바멜라곤의 향후 적응증 승인에 따라 5~7%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며 “이를 1%로 낮추기 위해 추가 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LG화학은 리듬과 체결한 희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비바멜라곤’ 기술수출 계약 규모를 기존 3억500만 달러에서 8억5500만 달러(약 1조1467억원)로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LG화학은 기존 선급금 1억 달러 외에 2029년까지 총 3억5000만 달러(약 4694억원)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나머지 계약금액은 개발·허가 및 판매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조건부 마일스톤이다.



◇“로열티율 5~7%→1%로 낮추자…적응증 개발 부담”

이번 계약 변경 핵심은 바로 로열티 구조다. 기존 계약에서는 비바멜라곤 적응증이 추가로 승인될수록 리듬이 LG화학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율이 높아지는 구조였는데, 이를 일괄적으로 1%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다만 판매 마일스톤 지급 기준도 바뀌었다. 기존 계약에서는 비바멜라곤 매출만을 기준으로 마일스톤 달성 여부를 판단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이미 판매 중인 ‘임시브리’(성분명 세트멜라노타이드)와 개발 중인 ‘RM-718’ 등 리듬의 MC4R 작용제 포트폴리오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변경됐다. 리듬은 현재 매출 전액을 임시브리에서 올리고 있는 만큼, LG화학은 비바멜라곤의 상업화 이전에도 기존 판매 제품의 매출을 통해 마일스톤 달성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다만 마일스톤 지급을 위한 매출 기준액은 기존보다 상향됐다. 리듬이 포트폴리오 연매출 30억달러를 달성할 경우 최대 2억달러를 LG화학 측에 지급하는 조건이다.

리듬 측은 기존 계약을 유지할 경우 로열티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비바멜라곤의 매출 확대 및 치료영역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가 적응증 개발에 나서야 하는데, 적응증이 추가될수록 로열티 비율이 높아져 개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듬이 비바멜라곤의 치료 대상을 프라더윌리증후군(PWS)까지 넓히면 LG화학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 부담도 커지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비바멜라곤의 적응증을 확대하는 것보다 자체 개발 신약 RM-718에 집중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리듬은 이러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고정 지급액을 늘리는 대신 로열티율을 1%로 낮추기로 LG화학 측과 합의했다.



◇LG화학이 포기한 5~7% 로열티율의 가치는

그렇다면 LG화학이 포기한 로열티의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리듬의 지난해 의약품 순매출은 1억9480만달러였다. 현재 판매 중인 MC4R 치료제는 임시브리 한 제품이어서 사실상 포트폴리오 전체 매출에 해당한다.

여기에 로열티율 1%를 적용하면 LG화학이 받는 금액은 연간 약 195만달러로 계산된다. 기존 계약에서 잠재적으로 가능했던 7%를 적용하면 약 1364만달러로, 차액은 연간 1169만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올해 매출 성장세를 반영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리듬의 3분기 임시브리 매출은 921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0% 증가했다. 리듬의 매출이 늘어날수록 로열티율을 낮춘 것에 대한 기회비용이 더 커지는 셈이다.

LG화학은 리듬 측이 연매출 30억달러를 달성할 경우 2억달러의 마일스톤을 수령하기로 했지만, 리듬 측이 자체적으로 추산했던 기존 계약상 로열티 7%를 연매출 30억달러에 적용해도 로열티 금액이 2억1000만달러로 2억달러의 마일스톤 규모를 웃돈다. 게다가 마일스톤 지급은 일회성이지만 로열티 지급은 장기 지속적인 만큼, 만약 리듬이 연매출 30억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LG화학 측이 수령하는 로열티 규모도 천문학적 수준으로 커질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로열티가 실제 발생한 금액이 아니라 매출에 비율을 대입한 가상 계산이다. 로열티 7% 역시 리듬 측이 비바멜라곤의 적응증 확대에 성공했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무엇보다 비바멜라곤의 상업화를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LG화학 측이 미래 불확실성 대신 당장의 확실한 현금 확보를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오 산업 기술수출 계약에 대해 밝은 관계자는 “로열티 7%가 예상된다고는 하지만 이건 보장되지 않는 불확실한 수익”이라며 “당장 대규모 선급금을 수령하는 것이 자체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45년까지 특허 보호 가능…로열티 지급 기간도 변수

로열티 지급 기간도 이번 계약 변경의 유불리를 평가할 수 있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리듬 측은 2024년 LG화학과 계약을 맺었을 당시 로열티 지급 종료 시점에 대해 명시했다. 특허 보호가 종료되거나, 최초 판매 후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규제상 독점권이 종료될 경우 등 총 3가지 조건이 붙었다.

특허를 기준으로 본다면 리듬은 지난해 5월 기업설명회 자료에서 비바멜라곤의 특허 존속기간이 연장될 경우 2045년까지 지식재산권 보호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열티 지급 시점이 2029년 1월 1일로 정해진 것으로 고려하면 약 17년간 로열티 지급이 이뤄지는 셈이다.

기존 로열티율 7%가 유지됐다고 가정하면, 17년간 리듬의 누적 매출이 약 58억달러를 넘어야 LG화학이 이번에 추가로 확보한 3억5000만달러와 맞먹는 것으로 계산된다. 누적 매출 58억달러를 연평균 매출로 환산하면 약 3억4300만달러로, 리듬의 지난해 연매출이 2억달러에 근접했던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반대로 앞으로 매출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경우 LG화학이 추가로 확보한 3억5000만달러가 더 유리하게 되는 구조다.

LG화학 측 역시 “기존 계약 구조에서는 적응증 확대 시 추가적인 로열티 부담이 발생해 개발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로열티 구조 단순화를 통해 비바멜라곤의 지속적인 개발 확장을 지원하는 윈-윈 구조가 구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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