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씩 퍼준다" 반도체 전쟁 '선수'로 뛰는 각국…韓만 느긋

경제

뉴스1,

2024년 2월 23일, 오후 03:29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이 국가 대항전으로 확전하고 있다. 미국·일본·중국은 반도체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거액을 쏟아붓고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양새다. 사활을 건 경쟁국들과 달리 한국의 대응 속도는 더디다는 평가다. '칩워'(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과감한 투자와 빠른 결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미국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23일 외신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글로벌파운드리스에 15억 달러(약 2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점유율 세계 3위의 미국 기업이다. 파운드리 시장 복귀를 선언한 인텔에도 100억 달러(약 13조 2900억 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골적인 '자국 기업 밀어주기'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인텔이 파운드리 로드맵을 발표한 행사에 참여해 "반도체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와야 한다"며 분명하게 힘을 실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미국 기업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 잡고 올해 안에 첫 1나노대인 1.8나노(㎚·10억분의 1m) 칩 양산에 들어간다. 나노 앞에 붙은 숫자가 작을수록 전력 효율과 성능이 더 좋다.


'반도체 부활'을 위한 일본 정부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대표적인 사례가 24일 준공하는 TSMC 구마모토 공장이다. TSMC는 파운드리 점유율 세계 1위인 대만 기업이다.

TSMC 구마모토 공장은 불과 2년 만에 완공됐다. 반도체 산업 재건을 위해서는 1분 1초가 모자라다는 판단 아래 365일 24시간 공사를 진행한 덕분이다.

일본 정부는 3년 전 양배추 밭이던 부지를 '반도체 생산 전초기지'로 만들기 위해 각종 규제를 해소했다. 지자체도 용수를 지급하고 도로를 정비하는 등 힘을 보탰다.

돈줄도 아낌없이 풀고 있다. 일본 정부는 TSMC에 보조금 4760억 엔(약 4조2000억 원)을 지급했다. TSMC 제2공장 건설 지원을 위해 7300억 엔(약 6조 5000억 원)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일본과 TSMC의 파운드리 노하우가 결합해 부활을 위한 '반도체 생태계'가 구축됐다는 평가다.

중국도 '반도체 자립'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에만 3000억 위안(약 55조 원)의 반도체 투자 기금을 조성했다.

기업도 분주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가 5나노 칩 양산을 위해 상하이에 생산 라인을 건설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장착된 7나노 칩을 만드는 데 성공한 이후 자체 초미세 공정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파운드리 공룡 TSMC를 보유한 대만도 들썩인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제안한 '대만판 실리콘밸리'가 올해 착공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대만 행정원은 2027년까지 1000억 대만달러(약 19조3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한국의 대응 속도는 느리다. 특히 주력이자 핵심인 반도체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인색하다. 올해 반도체 관련 예산은 1조 3000억 원이다. 미국 등이 적극적으로 풀고 있는 보조금 지원도 없다.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혜택은 올해 일몰 예정이다. 정부의 연장 방침에도 일부 정치권의 '기업 특혜' 비판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도 속도전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다. 경기 남부권에 622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인데 목표 시기가 2047년이다.

공장 건설도 쉽지 않다. SK하이닉스(000660)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는 2019년 선정됐지만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5차례나 착공 시기가 밀렸다. 이르면 내년 착공할 예정인데 가동 예상 시기는 2027년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국들은 이미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어 위기 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도 하루 빨리 과감한 투자와 각종 규제 해소에 나서지 않으면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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