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가슴에 묻은 어머니…"종철이 생일 산소에서 비빔밥 먹는 걸 좋아해"

사회

뉴스1,

2024년 4월 17일, 오후 05:23

17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에 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경찰의 고문으로 숨져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故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인 정차순 여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4.4.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어머님 마지막 염원은 남영동 대공분실이 인권을 지켜내는 장소가 되는 것이었어요."

이현주 박종철센터 센터장은 17일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인 정차순 여사의 빈소에서 "어머님께서 남영동 대공분실이 인권 교육장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보지 못해 옆에 있는 저로서도 마음이 아프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여사는 1987년 학생 운동 중 경찰의 고문에 의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사망한 박 열사의 모친이다. 정 여사가 이날 새벽 91세의 일기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방문한 빈소 앞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전태일 재단, 국회의원 등이 보낸 화환으로 가득 찼다.

상주이자 박 열사의 형인 박종부 씨(66)는 "어머니께서 (박 열사를) 속으로만 묻고 계셨고 죽은 아들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머니께서 죽은 아들 생일인 봄에 산소에 가 비빔밥을 같이 먹는 것을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박 씨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강한 분'이었다. 그는 "(어머니께서) 손자가 생긴 뒤 죽은 아들 대신 손자 둘을 얻었다고 하셨다"며 "25년간 손자들을 돌보시곤 부산으로 내려가 지내셨다"고 말했다.

박 씨와 이 센터장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센터장은 "아들이 명예롭게 역사에 기록되는 게 바로 민주 유공자로 인정받는 것이었다"며 "민주유공자 제정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을 제외한 민주화 운동의 사망·부상자, 가족 또는 유족을 예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민주유공자법을 발의했으나 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 여사의 빈소는 서울시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며 장지는 모란공원이다.

grow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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