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사건' 김재규 44년만에 재심 열리나…여동생 "신군부 불법 개입"

사회

뉴스1,

2024년 4월 17일, 오후 06:12

서울중앙지방법원.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10·26 사건'으로 사형에 처해진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심 여부를 심리하는 재판이 시작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 송미경 김슬기)는 17일 오후 김재규의 내란목적살인 등 혐의에 대한 재심 개시 여부를 심문했다.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지 4년, 1980년 김재규가 사형에 처해진 지 44년 만이다.

이날 재판에서 김재규의 셋째 여동생인 김정숙 여사(85)는 직접 적어 온 원고를 꺼내 들고 "큰오빠가 돌아가신 뒤 44년이 흘렀고 재심이 속히 개시되길 바란다"며 "당시 신군부의 불법적인 개입으로 재판이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와 재심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심을 통해 오빠와 더불어 뜻을 함께한 다섯 분의 명예가 회복되길 간구한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온 국민이 깊이 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족 측을 대리하는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은 재심 청구 사유를 7가지로 들었다.

조 변호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행위에 대해 역사적 평가와 별개로 사법적으로 합당한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유신의 심장을 쐈다는 한마디가 김재규 행위의 성격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목적살인이 아니고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부득이한 살인이었다는 판단을 받고자 한다"며 "재판에서 증인신문이 생략되고 당시 선고에 반대했던 법관 6명이 불이익을 받는 등 사법부의 치욕을 씻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 조력권이 침해된 점 △대통령이 되려는 야욕이라는 등 살해 동기가 왜곡된 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유죄가, 정승화 전 육군참모총장에 무죄가 선고된 점 △법정 녹음본과 공판조서에 차이가 많은 점 등을 재심 청구 사유로 들었다.

법리적인 재심 청구 이유에 대해서 조 변호사는 "위헌인 비상계엄 아래에서 수사·체포·공소제기가 이뤄졌고 당시 합동수사본부는 설치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며 "김재규가 민간인이었음에도 군사법원에서 재판받고 보안사에서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변호인 측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여 다음 기일인 6월 12일 10·26 사건 당시 김재규의 국선 변호인이었던 안동일 변호사의 증언을 듣기로 했다.

김 여사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내란 목적으로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살인)했다는 말이 거짓이라는 게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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