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매도 전산화 공개…“불법 근절” VS “시스템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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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4년 4월 25일, 오전 09:53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금융감독원이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는 전산시스템을 공개한 것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은 모든 공매도 거래 전산화, 2단계 시스템으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실시간 적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앙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기관투자자들이 자체 구축하는 시스템에 결함이 있을 수 있고, 국회 법 개정이 돼야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도입까지 난항이 예상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방인권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2차)’에서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안을 공개한 뒤 “불법공매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작년 11월16일 국민의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민당정협의회에서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한 뒤 5개월여 만에 구축안을 마련·공개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공매도 거래를 하는 모든 기관투자자들의 모든 공매도 거래 가정을 전산화 한 시스템’이다. 이는 두 개의 시스템이 세트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기관투자자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 다른 하나는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이다.

기관투자자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은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을 각사가 각사의 시스템 내에 구축하는 것이다. 일례로 골드만삭스 등 기관투자자가 ‘잔고 초과 매도주문 자동거부’, ‘차입 승인 전 공매도 불가’, ‘잔고 초과 매도주문 자동거부’ 등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각각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증권사는 이를 점검해 시스템이 잘 갖춰진 기관투자자만 공매도 거래가 이뤄지도록 한다.

NSDS는 한국거래소에 NSDS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불법 공매도를 추가로 적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컨베이어 벨트에 케잌(좋은 거래)과 쓰레기(불법 공매도)가 섞여서 가는 경우를 가정할 경우, 1차로 ‘기관투자자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으로 선별하고 2차로 거래소가 NSDS로 적발해 불법 공매도라는 쓰레기를 차단하는 것이다.

그동안 당국은 천문학적 비용, 복잡성 등을 이유로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이 어렵다고 밝혀왔다. 관련해 금감원은 이번에 전산시스템 구축 방식을 바꿔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 차원·중앙에서 일일이 탐지하는 시스템을 1차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라며 “자체 시스템으로 하다 보니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지 않는다. 각사가 자신들이 한 거래에 대해서는 잘 아니까 시스템이 복잡하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안. (사진=금융감독원)
하지만 개인투자자 측에서는 “이같은 시스템이 필요하고 없는 것보다 낫지만 구멍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는 통화에서 “이번 전산화 시스템은 기관투자자와 증권사의 ‘선의’를 기대하며 움직이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스템에 구멍이 있다”며 “완벽하지 않은 반쪽짜리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박 작가는 “1차로 걸러지는 ‘기관투자자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와 이 시스템을 점검하는 증권사가 결탁한다면 불법 공매도를 제대로 거르지 못한다”며 “거래소의 2차 NSDS는 1차를 토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1차에서 문제가 있으면 2차에서도 불법 공매도를 적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공매도로 역대 최대 과징금과 검찰 고발 처분을 받은 HSBC와 BNP파리바는 위법인지 알면서도 수개월간 카카오나 호텔신라 등 많게는 국내 101개 종목에 대한 불법 공매도를 했다가 적발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나 증권사의 선의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게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다.

국회 처리도 변수다. ‘기관투자자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 ‘NSDS’를 구축하면 증권 매매 방식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이 우선 개정돼야 한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시스템 도입 시기는 미정인 상황이다. 22대 국회에서도 ‘늦장 국회’가 반복될 경우 시스템 도입이 쉽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법 개정안이 처리되도록 국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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