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서 수술할래” 문체부 간부 대형병원行...‘특혜’ 논란

사회

이데일리,

2024년 5월 04일, 오후 01:45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정부 고위 관계자가 지역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서울대형병원으로 내원해 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전원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고 관계자 측에서 알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고위공무원 A씨는 지난달 21일 근무지 인근의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병원 측은 A씨가 응급이나 중증 환자는 아니라고 진단했고 해당 병원에서 수술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A씨는 이를 거부하고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응급수술을 받았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의료전문매체 ‘청년의사’에 “관련 전문과 의료진에게 세종충남대병원에서 환자가 전원하니 최대한 빠르게 수술을 진행하라고 연락이 왔다”며 “병원 고위 관계자가 직접 조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연락과정에서 환자가 ‘문체부 고위 공무원’이라고 들었다”며 “병원 접수 기록에 간호사가 남긴 메모도 그런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관계자가 인용한 세종충남대병원이 작성한 전원요청서에는 A씨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하기를 희망해 전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A씨 전원 과정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서울아산병원 상황이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신규 환자의 경우 수술은 물론 외래진료조차 받기 어렵고 응급실 진료 대기도 많다며 “(이런) 절차를 건너뛰고 바로 수술을 잡아 진행했다. 통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익명 기반 직장인 온라인 플랫폼에도 A씨 전원 과정에 보건복지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불거졌다. 복지부 관계자가 병원에 압력을 넣어 빠른 전원과 진료, 수술을 진행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원 논란에 대해 복지부에서 별도로 조사할 사안은 아니라며 전원 과정에 복지부 관계자의 압박이 있었다는 의혹도 조사할 내용은 아니라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측은 전원 논란에 대해 “환자 개인정보라서 직업도 알 수 없고 확인이 안 된다”고 밝혔다.

직장인 플랫폼에 올라온 관련 내용.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사진=블라인드)
그간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을 반대하며 강경 발언을 이어온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관련 사태에 “마땅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다른 상황도 아니고, 의료진이 녹초가 되고 병원이 초토화되는 상황에서 응급상황도 아니고 어려운 수술도 아닌 치료를 위해 권력을 사용하다니”라고 개탄하며 “이런 부탁을 하는 공무원이 이 사람 하나뿐이겠느냐”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또 이번 사태를 빗대어 “지방 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정책을 의사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라며 “저 공무원은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저는 헬기는 안 불렀는데요… 헬기를 부른 사람은요?’”라고 비꼬았다. 올해 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을 찾았다 습격당해 지역 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받고 다시 헬기로 이송돼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일을 언급한 것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