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공세 뚫을 로켓배송"…쿠팡 3조 더 투자 'C커머스' 잠재운다

경제

뉴스1,

2024년 5월 05일, 오전 06:00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 News1 박세연 기자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e커머스, 이른바 C커머스의 침공은 '국내 e커머스 1위' 쿠팡에도 적잖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압도적인 강점으로 덩치를 키워온 만큼 경쟁 e커머스 업체들에 비해선 대응할 여지가 있는 편이다. 쿠팡은 지난해 창립 13년 만에 연간 흑자를 내기도 했다.

◇e커머스 1위 쿠팡, '로켓배송' 앞세워 C커머스 대적

5일 업계에 따르면 C커머스가 쿠팡에 가장 위협이 되는 부분으로는 박리다매식 초저가 공습과 더불어 △한국에서의 '빠른 배송망' 구축 △상품 카테고리 확장이 꼽힌다.

우선 C커머스와 같은 초저가 방식을 국내 e커머스에서 그대로 차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쿠팡 등 국내 e커머스는 해외에서 제품을 들여올 때 관세와 부가세를 내고 KC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소비자가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하기 위해 거치는 플랫폼이라 이런 부담을 지지 않는다.

국내 업체가 C커머스 판매가와 가격을 맞추기 위해 '100원딜' '1000원숍' 마케팅 등을 일시적으로 펼칠 순 있겠지만 이는 프로모션 비용을 태우는 것이라 지속 가능하지 않고, 막대한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C커머스 만큼 비용을 지출하기도 어렵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배송 및 상품경쟁력 강화, C커머스 위협 요인 많아

이보다 더 위협이 되는 것이 '배송 기간 단축'이다. 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의 초저가 위협은 당연한 얘기고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며 "알리는 한국행 전용 물류센터와 국내 물류기업과 협업을 통해 '빠른 배송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어 쿠팡 입장에선 배송이 중장기적으로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알리는 현재 '7일 배송'을 내걸고 있으나, 향후 인프라 투자로 배송 기간이 단축되면 쿠팡 고객의 이탈 가능성이 생긴다. 알리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은 한국에서 사업 확대를 위해 3년간 11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쿠팡이 유료 멤버십 와우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린 뒤 반응을 보면 '느리더라도 1000원짜리를 사겠다'는 식이 많다"며 "알리가 가령 '3일 내 배송' 등을 약속하면 일반 소비자에겐 임팩트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는 저가 공산품 비중이 높은 C커머스가 '로우엔드'(저가)에서 시작해 '미들엔드'(중가), '하이엔드'(고가)까지 상품 소싱을 다양화하고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브랜드들을 본격 취급하게 되는 것도 미래의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양말이나 장신구 같은 가격대가 낮은 공산품은 유통시장의 판도를 뒤집기엔 영향력이 한정적이다. 그러나 신선식품과 브랜드 패션, 의류, 전자제품 등까지 취급하는 상품의 카테고리를 확장하면 유통시장에서 본격 '매출 반전'을 노릴 수 있게 된다.

(쿠팡 제공)

◇국내 e커머스 공공의 적?…입지 달라진 쿠팡, 유일 대항마 자리매김

쿠팡도 C커머스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투자 확대에 나섰다.

쿠팡은 2010년 설립 이래 현재까지 6조 원 이상을 투자해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이에 더해 향후 3년간 3조 원 이상을 쏟아부어 2027년까지 '전 국민 로켓배송'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물류망 구축에만 10조 원 가까이 투입하는 것으로, 물류 인프라 고도화에 속도를 내 C커머스가 물류까지 진출하기 전 경쟁우위를 확실하게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신규투자를 통해 2027년까지 로켓배송 권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로켓배송은 182곳 시군구에서 가능한데, 이를 2027년엔 23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쿠팡 관계자는 "물류 고도화에 속도를 내 고객 접점과 배송 범위, 익일배송같이 경쟁우위에 있는 것에서 격차를 넓히는 게 일단 중요하다"며 "C커머스가 돈을 쏟아부어도 물류망 구축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C커머스에서 위해상품으로 등록된 상품이 판매될 경우 즉각 판매를 중지하도록 하고, 안전이 검증된 상품을 팔도록 KC인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에선 전국 25만여개 유통매장과 온라인쇼핑몰과 연계된 위해상품 판매차단 시스템을 통해 위해상품으로 등록된 상품은 판매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이는 해외직구 상품엔 적용되지 않아 해당 시스템을 직구상품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전 인증의 경우 로켓직구를 통해 중국 스토어도 운영 중인 쿠팡은 중국 셀러에게 필요한 경우 KC인증을 받도록 서비스 제공 업체를 연결해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로켓 배송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유통 시장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적 있었지만 C커머스 공습 이후 입지가 달라졌다"며 "쿠팡의 존재가 C커머스의 국내 시장 잠식 속도를 늦추고 국내 e커머스 업계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