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예정된 미래"…SK온, 적자에도 인재 끌어모아 하려는 일

경제

뉴스1,

2024년 5월 05일, 오전 06:05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SK온이 차세대 배터리부터 3대 폼팩터(원통형·각형·파우치)까지 배터리 전(全)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R&D) 인력 영입에 나섰다. 연쇄 적자에도 SK그룹 수뇌부가 배터리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발신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확실한 방향을 잡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달 22일 배터리 R&D 직군 12개 부문에 대한 채용 공고를 일시에 냈다. 지난 2월 원통형 배터리 4개 부문 채용 공고를 포함하면 총 16개 부문으로,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의 전체 채용(18건) 중 SK온 홀로 89%의 비중을 차지 중이다.

구체적으로 △차세대 배터리(연구·공정) △선행 Cell(공정·요소) △Cell 개발·전략·플랫폼 △전극플랫폼 △유·무기소재 △소재합성 △시스템 12개다. 앞서 모집한 원통형 배터리(Cell·공정·부품·설비)를 합치면 차세대 배터리부터 3대 폼팩터, 이차전지소재(양·음극재)까지 배터리 전 부문에 걸쳐 인재 확보에 나선 셈이다.

16개 채용 모두 기한을 연말까지 정하고 '상시 채용' 중이다. 이차전지소재는 채용 대상을 기존 경력직·신입 박사에서 '신입 석사'로 확대했다. 특히 인재 풀(Pool)을 활용해 당장 입사가 어려워도 언제든 합류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수요 둔화(Chasm·캐즘) 장기화로 국내 배터리업계가 줄줄이 올해 투자 계획을 축소하는 흐름 속에서, SK온이 대대적인 R&D 투자에 나선 것은 의외다. 거듭된 적자에도 배터리 사업을 키우겠다는 SK그룹 차원의 명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 참가한 SK on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배터리셀 등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4.3.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달 16일 워크숍에서 "전기차 관련 사업은 예정된 미래"라고 밝혔고,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도 같은 달 24일 타운홀 미팅에서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정해진 미래"라며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밝혔다.

SK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총괄하는 '그룹 2인자'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역시 지난달 23일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마친 뒤 밝힌 메시지에서 전기차 사업은 경쟁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SK온의 대규모 채용 공고가 올라온 시기도 이때였다.

전후방산업이 모두 정체한 캐즘 구간이 후발주자인 SK온에겐 선도그룹과의 격차를 줄일 기회가 될 수 있단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 수석부회장은 "캐즘은 위기이자 좋은 기회"라며 "우리는 최소 대여섯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SK온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미래 전략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로 캐즘 이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한다는 로드맵을 짰다. 국내 업계에서 원통형·각형·파우치형 3대 폼팩터를 모두 개발하겠다고 밝힌 회사는 SK온이 유일하다.

숙제였던 수율(양품 비율)이 올 1분기를 기점으로 90% 초중반으로 향상되는 등 '질적 성장'을 이룬 점도 호재다. SK온은 올 하반기 아이오닉5 페이스리프트, 포드 E-트랜짓 커스텀, 아우디 Q6 e트론 등 고객사 신차 출시가 예정된 만큼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은 최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R&D 투자는 필수"라며 "SK온이 신규 폼팩터(원통형·각형)를 포함한 전 폼팩터 R&D 인력 채용에 나선 것은 포트폴리오 다각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