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범행이 반인륜적임을 지적하면서도 불우한 유년시절을 겪고 홀로 아들을 키우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생활이 궁핍했던 점, 아들이 선처를 지속적으로 요청한 점을 참작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이예슬 정재오 최은정)는 지난 1일 오후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모 씨(45)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정 씨는 2016년 8월 오전 10~11시경 경기 김포시 소재 의붓아버지 소유 텃밭 구덩이에 생후 2~3일 된 딸을 암매장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범행은 당시 11살 난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뤄졌다.
2심 재판부는 "반인륜적인 범행은 그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것으로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 씨의 경제적 궁핍과 피해자 입양이 불가능했던 사정, 아들의 선처 호소 등을 감형 요건으로 참작했다.
정 씨는 불후한 유년 시절을 보내고 20대 중반 결혼한 남성과 슬하 한 명의 아들을 두었다.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던 결혼생활은 남편의 해외 출국으로 3년 만에 끝이났다.
정 씨는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아들을 키웠는데, 법률상 부부관계가 유지되고 있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한부모 가정 보조금 등 사회복지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100만 원 미만의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아들과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2015년 겨울 휴대전화 소개팅 앱을 통해 한 남성을 만나다 헤어진 뒤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임신중절 수술을 하지 못했고, 이듬해 8월 딸을 출산했다.
출산 직후 병원을 통해 입양 절차를 문의했으나 법적으로 혼인 상태라 입양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정 씨는 아들도 제대로 키우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딸 출산 사실을 몰랐던 친모에게 들켜 유일한 도움이 끊기게 된 점을 걱정해 결국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
그럼에도 아들은 수사기관에서부터 2심에 이르기까지 정 씨와 강한 유대감을 드러내며 선처를 호소했다.
1심에서 아들은 '나는 2016년 이 사건을 잊고 살았다. 피해받은 일이 없는데 수사기관이 날 피해자로 만들었다. 현재 엄마가 구속되면서 의지할 곳이 없고 혼자 버티기가 어려워 힘든 상황이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밝혔다.
2심은 "당시 아들이 여름방학 중이라 장시간 집에 혼자 둘 수가 없어서 범행 현장에 동행한 것일 뿐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피고인은 구속 직전까지 아들을 정성 다해 직접 양육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친모 역시 피고인에 대한 안쓰러움을 표현하면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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