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영업비밀 X" 판단한 맥주제조기 공정흐름도…대법 "영업비밀"

사회

뉴스1,

2024년 5월 05일, 오전 09:00

대법원 모습. 2020.1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원·부재료의 입고부터 제품 출고까지 전 단계를 기록한 '공정흐름도'가 알려진 정보를 조합했더라도 독자적으로 만들어지고 새로운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면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등으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B 씨와 C 씨, D 씨, E 씨, 벌금 2000만 원이 선고된 F 사도 다시 재판받게 됐다.

A 씨 등은 피해회사에 임원, 연구원 등으로 재직하다가 퇴사한 뒤 2016년 경쟁업체인 F 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G 사의 가정용 맥주 제조기에 대한 기술·경영상 정보가 담긴 영업비밀을 이용해 제품을 개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 씨에게 벌금 1500만 원, B·C·D·E 씨, F 사에 벌금 75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2심은 A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B·C·D·E 씨에게 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F 사에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피해회사의 미국 시장 조사 보고서를 이용해 사업기획서 파일을 작성한 혐의는 유죄로 봤지만, 피해회사의 공정흐름도와 도면을 이용해 시제품을 제작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제품의 공정흐름도와 손잡이 부문 도면이 일정한 품질 수준을 곧바로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정보를 포함하지 않아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흐름도는 전체 자동화 공정 순서를 정리하고 있을 뿐이고, 공정흐름도에 포함된 맥주 제조 관련 정보가 논문 등을 통해 잘 알려져 '비공지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지된 정보를 조합한 정보의 비공지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원심과 달리 공정흐름도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먼저 "피해회사의 가정용 맥주제조기를 구성하는 개별 구성 부분들이 기존의 타사 제품에 부분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해도, 이를 유기적으로 조합한 피해회사 가정용 맥주제조기의 전체 구성과 유로의 구조는 해당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반출한 공정흐름도는 피해회사가 2014년 9월경 가정용 맥주제조기 개발을 시작해 관련된 공지 정보들을 수집, 종합하고 여러 실험 등을 거쳐 2015년 12월 작성한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정흐름도가 알려진 정보를 조합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 조합이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고 피해 회사 제품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피해회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통상적으로 이를 입수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