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수구대회 활약 선수 알고보니 31세 트랜스젠더[글로벌X]

해외

이데일리,

2024년 5월 05일, 오전 10:02

딱딱한 경제신문에서 볼 수 없는 말랑말랑한 글로벌 이슈의 뒷이야기, ‘글로벌X’를 통해 전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트랜스젠더 여성이 스포츠경기 여자부에서 뛴다면 공정할까요. 미국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性)을 바꾼 31세 트랜스젠더 선수가 2년 연속 여자 수구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어서 논란입니다.

미시간 대학교 여자 클럽 수구팀의 31세 트랜스젠더 선수인 알리시아 팬스(사진=umclubwaterpolo 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시간대학교 여자 수구 클럽팀 소속인 알리시아 팬스는 3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칼리지 스테이션에서 열리는 ‘2024 여자 전국 대학 클럽 챔피언십’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팬스는 작년 대회 결승전에서 UC산타바바라를 8대 6으로 꺾은 챔피언 팀의 일원이었습니다. 당시 그는 우승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여러 차례 득점하며 활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속에서 하는 유일한 구기 운동인 수구는 수중 경기장에서 각각 7명씩으로 짜인 두 팀이 상대방 골대에 공을 넣어 승패를 가르는 수영 경기입니다. 머리를 제외한 신체 대부분이 물에 잠긴 상태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여 ‘수중 격투기’라고도 불리는데 수영 기술뿐 아니라 힘과 지구력이 요구됩니다.

이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자 수구 대회 출전이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시간 대학교 여자 클럽 수구팀의 31세 트랜스젠더 선수인 알리시아 팬스(사진=umclubwaterpolo 인스타그램)
팬스가 2년 연속 여자 수구 경기에 나설 예정이라는 소식에 일부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한 유저는 X(엑스·옛 트위터)에 “농구를 제외하면 수구는 남녀 간의 실력차이가 가장 극적인 종목”이라며 “손 크기부터 시작해서 물에서 빠져나오는 하체 근력, 슛을 하는 상체 근력, 가속도까지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대학 수구 경기에서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자부 대회 출전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소수자와 다인종을 차별하지 않기로 한 미 대학 수구협회는 지난 1월 트랜스젠더 선수가 원하는 성별의 대회에 출전을 가능케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하면 여자부 리그에 참가할 수 있게 했는데, 즉 자신이 믿는 성 정체성으로 출전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협회는 조건을 내걸었는데요. 트랜스젠더 선수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인하는 확인서와 첫 경기 전 60일 이내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0nmol/L(리터당 나노몰) 이하임을 보여주면 출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시간 대학교 수구클럽팀은 5월 3일부터 텍사스에서 열리는 대학 클럽 챔피언십에서 재도전을 노리는 디펜딩 전국 챔피언이다.(사진=umclubwaterpolo 인스타그램)
미 대학 수구협회는 “참여를 희망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포용적이고 공평한 스포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학 클럽에서 트랜스젠더 선수의 참여에 대한 지침을 제공해 모두에게 공정성, 존중,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여성으로 성을 바꾼 선수가 여성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허용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미국 대학 간 운동 경기를 주관하는 미국대학선수협회(NAIA)는 생물학적 성이 여성이며 남성으로 성을 전환하기 위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학생만 대학 간 여성 경기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성전환 여성의 여성 경기 참여는 공정성 논란과 함께 보수와 진보 진영이 첨예하게 맞붙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논란의 핵심은 경쟁의 공정성과 참가자의 인권으로 귀결됩니다.

성전환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와 정치인들은 생물학적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성전환 여성이 같은 경기에서 경쟁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선에 성공하면 “난 남자들이 여성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유세에서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