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사장 뚱뚱해 밥맛 떨어졌다" 막말한 손님…"모욕죄 안돼" 왜?

사회

뉴스1,

2024년 5월 05일, 오후 02:27

(아프니까 사장이다)

한 식당 사장이 여성 손님으로부터 "뚱뚱해서 밥맛 떨어졌다"는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A 씨는 5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최근 겪은 일을 털어놨다.

A 씨는 "마지막 손님께서 주방 마감 청소 중이었던 제게 '사장이냐?'고 묻더니 잠깐 나와보라고 불러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당시 A 씨가 계산할 겸 나가자, 손님은 "가게 운영 팁을 알려주겠다. 내가 들어올 때부터 네가 너무 뚱뚱해서 밥맛이 떨어졌다. 살 좀 빼라"고 말했다. 당황한 A 씨는 "제가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손님은 "살 뺀다고 젖이 안 나오는 게 아니다. 남편이 싫어할 거다. 오픈 주방으로 해두니까 들어오자마자 너 보고 밥 먹기 전부터 밥맛 떨어지더라. 불쾌하고 쾌쾌하다. 내 말 새겨들어라"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A 씨가 그만하라고 말렸지만, 손님은 한 개그우먼 포즈를 따라 하며 "넌 앞으로 손님 들어올 때마다 '어서 오세요. 저는 자기관리도 못 하는 바보입니다. 뚱뚱한 병신입니다'라고 인사해라"라고 조롱했다.

이어 "(다른 손님들이) 갈 데 없으니 너희 가게가 장사 잘되는 거다. 다른 가게 생기면 이런 뚱뚱하고 자기 관리도 못 하는 사장 가게를 누가 오겠냐. 정신 차려라.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다"라며 "표정이 안 좋네? 이미 기분 상했나 보다? 네가 기분 나빠하니까 한마디만 하겠다. 너 다리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두꺼워서"라고 말한 뒤 가게를 빠져나갔다.

A 씨는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신장이 좋지 않아 부기가 심하다.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새벽부터 마감까지 서서 일하다 보니 살이 다 빠지지 않았다"며 "제가 왜 직원들 앞에서 이런 모욕을 들어야 하나 싶어서 모욕죄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금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남 상처 준 행동에 반성하고 벌금이라도 내길 바랐다. 돈 아까운 마음에서라도 조언이랍시고 남의 상처를 후벼파는 행동을 다른 분께 안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고소 이유를 전했다.

그러나 고소장 접수 후 한 달이 지나도 형사사법포털 사이트에 접수 번호가 뜨지 않았다. 이에 A 씨가 조서를 대신 작성해 줬던 수사관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 이틀 후, A 씨 사건은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불송치 이유는 '해당 모욕을 들은 직원이 한 명이라 공연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A 씨는 "고소장에 직원'들'이라고 썼고, 사진에도 직원'들'이 있다. 조사받을 때 증언할 수 있는 사람 있냐고 물어서 직원 한 명 연락처를 알려드렸을 뿐"이라며 "고소장도 꽉 채워 썼다. 담당 수사관과 전화할 때는 날 다그쳐서 울컥했다"고 하소연했다.

수사관은 "직원들이라고 하면 한 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누구누구인지 얘길 해야 했다"며 "이게 울 일이냐. A 씨 사건만 있는 줄 아냐. 아무튼 결정은 이렇게 됐고 이의가 있으면 이의신청 제도를 안내해 주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A 씨는 "직원 한 명, 한 명 누구인지 얘기를 안 한 제 탓이라고 하시는데 이게 제 잘못이냐?"며 "한동안 잠도 못 잘 정도로 상처받았는데 '이게 울 일이냐?'는 소리는 피해자에게 너무하신 것 같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저는 음식을 팔았지, 저를 판 적은 없다. 이런 경우 이의신청만으로도 다시 재조사할 수 있는 건지, (모욕 상황에서 함께 있던) 제3자가 가게 직원들이라는 이유로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 거냐"고 조언을 구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