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가 대세' 자율주행車…1.3조 더 쏟아붓는 현대차의 그림

경제

뉴스1,

2024년 5월 09일, 오전 05:05

현대차그룹과 앱티브(Aptiv)의 자율주행 합작법인은 11일(미동부시각) 신규 사명으로 ‘모셔널(Motional)’을 공식 발표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2020.8.12/뉴스1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에 1조30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사그라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관련 투자를 중단·축소하고 있지만, 과감한 투자로 기술력을 확보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 3사(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모셔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파트너사인 앱티브가 보유한 지분 일부도 매입하기로 했다.

전체 유상증자 규모는 6630억 원(현대차 3450억 원·기아 1860억 원·현대모비스 1320억 원)으로,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모셔널 지분율은 기존 50.0%에서 55.8%로 늘어난다. 또 6250억 원(현대차 3250억 원·기아 1750억 원·현대모비스 1250억 원)을 투입해 앱티브의 보유 지분 11%를 매입한다.

유상증자와 지분 매입이 마무리되면 현대차그룹은 모셔널 지분을 66.8% 보유하게 되어 최대주주가 된다. 현대차그룹은 모셔널의 지분 구조 변화에 따라 이사진 구성도 변경할 계획이다.

현재 모셔널 최고경영자(CEO)인 칼 이아그네마와 최고운영책임자(COO) 아베 가브라는 앱티브 출신이며, 최고기술책임자(CTO) 로라 메이저는 드론 제조 기업 아리아인사이츠 출신이다. 현대차 소속으로는 박세혁 상무와 이철곤 상무가 각각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담당하고 있다.

앱티브의 자율주행 사업부를 전신으로 하는 모셔널은 지난 2020년 3월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각각 20억 달러(약 2조5000억 원)를 투자해 공동 설립했다. 북미에서 완전자율주행 수준인 레벨4 기술이 탑재된 로보택시 상용화를 추진했으나 서비스가 계속 지연되면서 2021년 5162억 원, 2022년 7517억 원, 2023년 8037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결국 앱티브가 올해 1월 투자 중단과 지분 축소를 선언했다. 앱티브뿐 아니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율주행 관련 투자를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2017년 총 36억 달러(약 4조8000억원)를 투자했던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 AI는 2022년 말 폐업했다.

GM도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에 대한 올해 투자를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삭감하기로 했다. 크루즈가 지난해 8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24시간 무인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는 연이어 사고가 발생하면서 운행을 중단했다. 애플도 10년간 투자해 온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을 중단했다.

아이오닉 5 자율주행 로보택시(현대차 제공).© 뉴스1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열린 'CES 2024'에서도 완전자율주행 수준의 장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내용에 대한 발표는 감소했고, 원격 발렛 주차 등 기계-인간 합동 방식 또는 자동 주차‧충전 등 제한적인 범위의 자동화 중심으로 기조가 변화했다.

이렇듯 자율주행 투자가 주춤한 상황에서 현대차의 모셔널 추가 투자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모셔널 투자에 대해 "주도적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핵심기술 내재화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손실을 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독자적으로 확보한 자율주행 기술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모셔널의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아이오닉5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미국 네바다주 운전면허 시험을 통과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모셔널 외에도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환 사업을 이끄는 포티투닷, 미국에 설립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법인 슈퍼널에 조단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 3월에는 미래 신사업 추진과 사업 확대·경쟁력 강화 등 부문에서 8만 명을 채용하고, 핵심기술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연구 인프라 확충,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공장 신증설 등에 3년간 68조 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