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금투세 폐지, 야당 협조 구할 것"…'밸류업'도 힘받나

경제

뉴스1,

2024년 5월 09일, 오후 03:14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2024.5.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투자자 이탈을 부추길 수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서는 '야당 협조'까지 언급하며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투세가 유지되면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해 1400만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판단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착실하게 단계적으로 잘 진행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증권가에서는 윤 대통령 발언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이 직접 금투세 폐지를 위한 야당 협조를 강조한 만큼 내년 시행이 미뤄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고 금투세 관련 질문에 "폐지하지 않는다면 우리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며 "1400만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이런 금융투자, 주식투자 관련해서 배당소득세라든지 상속증여세 등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다"며 "거기에 금투세까지 얹히게 되면 별로 남는 게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만 같은 경우 금투세를 시행하겠다는 발표만 했다가 증시가 난리 나고 막대한 자금 이탈이 돼서 결국 추진을 못했다"며 "1400만 개인투자자의 이해가 걸려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이 무너지게 되고,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실물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금투세 폐지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이 문제는 국회에 강력히 협력 요청하고 야당의 협조 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과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수익이 5000만 원 이상일 경우 20%, 3억 원을 초과할 경우 25%의 세금을 일괄 부과하는 제도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에 따라 마련됐다.

당초 지난해 시행 예정이었으나,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에 여야는 금투세 도입을 2025년까지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시행까지 반년이 조금 넘게 남은 상황이지만,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금투세 폐지를 정부 정책으로 확정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문제는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금투세 폐지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금투세는 국회 합의가 있어야만 폐지할 수 있는데, 야당은 금투세 폐지는 부자 감세라며 부정적 입장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다시 한번 금투세 폐지를 위해 야당 협조까지 언급하면서 증권가는 상황 반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여론도 나쁘지 않다. 최근 금투세 폐지 국민 청원은 일주일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야당 입장에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 의지가 강하고, 폐지 여론도 높은 만큼 야당도 무시하기 힘들다"며 "금투세가 내년 시행이 미뤄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2024.5.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날 윤 대통령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얼마 전 금융위원회 발표에 시장이 좀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기업을 옥죄면서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기식으로 가는 것보다는 이런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가면서 기업들의 협력을 먼저 유도해 나가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기대하는 그런 강도 높은 정책들도 계속 펼쳐나갈 것이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 달라"며 "기업 밸류업은 착실하게 단계적으로 잘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