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맞히면 어떻게 할 건가?”, ‘존중’ 답변이 가져올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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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4년 5월 10일, 오전 12:00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K리그 유튜브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FC서울이 제기한 판정 질의에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정심 또는 오심이 아닌 존중’이라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으며 현장의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은 지난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1라운드 안방 경기에서 울산HD에 0-1로 패했다. 팽팽했던 이날 경기는 페널티킥 한 방에 승부가 갈렸다.

후반 40분께 울산 아타루의 헤더가 서울 수비수 최준에게 막혔고 이후 골키퍼가 잡아냈다. 1분여가 흐른 뒤 주심은 비디오 판독실과 교신해 온 필드 리뷰를 진행했고 최준의 핸드볼 반칙과 함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마틴 아담이 성공하며 이날 유일한 득점을 올렸다. 마틴 아담의 공식 득점 시간이 후반 45+1분일 만큼 경기 막바지에 희비가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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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서울 구단은 7일 축구회관을 직접 방문해 페널티킥 상황에 대한 질의 공문을 축구협회에 제출했다. 서울은 최준이 점프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팔이 자연스럽게 벌어졌고 선수의 시선이 공을 향하지 않았던 점 등을 통해 핸드볼 의도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난 5라운드 김천상무전에서 서울 팔로세비치의 슈팅이 상대 선수 손에 맞았으나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던 점을 들어 판정 기준의 일관성 문제도 언급했다.

이날 서울-울산의 경기에는 5만 2600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이는 2024년 한국 프로스포츠 및 K리그 단일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이고 역대 한국 프로스포츠 및 K리그 단일 경기 최다 관중 4위의 기록이다. 5만 명이 넘는 팬이 경기장을 찾았으나 혼란스러운 마무리를 겪어야 했다. 서울 구단은 “경기장 안팎에서 많은 팬이 우려와 의문을 품고 있다”라며 “논란을 줄이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경기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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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이날 평가 소위원회를 열어 K리그1 11라운드 판정에 대해 논의했고 서울-울산전 페널티킥 상황에 대해선 기존 판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위원회 안에서도 정심과 오심으로 팽팽히 의견이 나뉘면서 현장 판단을 존중하는 쪽으로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 심판 출신인 한 관계자는 “정심이면 정심, 오심이면 오심이라고 정면을 돌파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라며 “이런 부분은 정말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한다”라고 심판위원회의 애매한 답변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가 또 하나 걱정하는 건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일부러 상대 선수 손을 맞히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이후 일관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올 시즌 공격자의 슈팅이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수비수 손에 맞는 장면이 몇 차례 나왔으나 판정은 각기 달랐다. 그만큼 각각 심판의 판단 기준이 다른데 이번 소위원회의 존중 판정으로 향후 심판들에게도 부담이 생기게 됐다. 비슷한 장면에서 선수들이 서울-울산전 판정을 예로 들어 항의하면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해당 관계자는 “다른 심판들이 연락해 와서 ‘이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느냐’라는 이야기도 한다”라며 “정심이면 정심, 오심이면 오심인데 존중이란 표현은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어 “심판위원회가 해당 장면에 대해 명확한 설명과 답변을 해야 한다”라며 ‘존중’이란 단어 하나로 정리할 일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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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울 구단 질의도 잘 봐달란 의미가 아니고 일관성 있는 판정과 명확한 설명을 요구한 건데 이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라며 선수와 심판 등 현장 관계자가 모두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시즌 서울은 강원FC 원정에서 오심으로 승점 1점을 빼앗겼다. 결국 서울은 승점 1점 차로 파이널A에 오르지 못했다. 또 2019시즌 우승팀 전북현대와 2위 울산의 승점 차는 없었다. 다득점에서 1골 차로 우승 향방이 갈렸다. 잘못된 판정 하나가 팀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그는 “올 시즌 각 팀의 격차가 크지 않기에 승점 1점, 한 골로 운명이 갈릴 수 있다. 구단 구성원, 심판들 모두 예민한데 이런 식이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적어도 충분한 설명을 통해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제 개막한 지 겨우 두 달 조금 넘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