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휴진 앞두고 의료계·환자단체 쓴소리…"환자 이용 말라"

사회

이데일리,

2024년 6월 14일, 오후 04:25

[이데일리 송승현 이영민 기자] 서울의대 교수들과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 집단 진료거부 시행을 앞두고 환자단체는 물론 의료계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사와 정부 간 싸움에 환자들을 볼모로 삼지 말고, 필요하면 의사들 스스로 희생해야 한단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진부 경남도의회 의장 등 경남도의원 40여명이 14일 도의회 앞에서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18일 오후 여의도에서 의협 주도 집단 진료거부(집단휴진)와 총궐기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는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간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환자단체에서는 이들을 향해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92개 환자단체는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넉 달간의 의료공백 기간 동안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해 왔던 환자들에게 의료진의 연이은 집단휴진 결의는 절망적인 소식”이라며 “환자에게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제발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해 왔지만, 누구도 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 참담한 심경”이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집단휴진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환자단체뿐만 아니라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 등은 아픈 환자를 등질 수 없다며 집단휴진 불참을 선언했다. 아울러 대한마취통증의학회도 필수적인 수술에 필요한 인력은 병원에 남겠단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대학병원들의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도 집단휴진에 일침을 가하며 불참의 뜻을 내비쳤다. 협의체는 “의협의 단체 휴진 발표로 많은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혹시 처방전을 받지 못할까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갑자기 약물을 중단하면 사망률이 일반인의 50-100배로 높아진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환자들의 질병과 아픈 마음을 돌보아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를 구성하고 있는 병원 직원들로 이뤄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은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로 국민 여론이 무엇인지 확인됐는데도 불구하고 의사 수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며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명확한데도 의사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수들은 전공의들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의협은 의사 증원 전면 재검토라는 요구로 휴진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는 합리적 판단이 아니며 그 목적지는 파국일 뿐”이라며 “그동안 의료공백을 버텨온 환자들이 이제 생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5대 대형병원(가톨릭성모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소속 간호사들도 의대교수들의 집단휴진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서울대병원 간호본부는 최근 내부 간부 회의를 통해 17일 집단휴진으로 인한 수술·진료 일정 변경 업무를 보이콧하겠단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 소속 간호사들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나머지 3곳 간호사들도 조만간 ‘진료 변경 업무 불가’ 입장을 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