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은 향후 유사 사건에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아동학대 등 은밀하게 발생하는 범죄 상황에서 피해자 측이 몰래 녹음한 증거의 법적 활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증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웹툰작가 주호민 씨 자녀 사건 등 유사한 쟁점을 다루는 사건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뉴스1)
A교사는 2018년 서울 광진구 소재 초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으며 전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저쪽에서 학교 다닌 거 맞아? 1·2학년 다녔어? 공부시간에 책 넘기는 것도 안 배웠어? 학습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어” 등의 발언을 해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문제가 된 발언들은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를 통해 확인됐다. 학부모는 자녀가 “선생님에게 심한 말을 들었다”고 하자 상황 파악을 위해 녹음기를 설치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이날 마무리됐다. 1심은 A교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은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했다. 1·2심 모두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대법원 1부는 “피해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해 녹음한 것으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시하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는 A교사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녹음파일뿐만 아니라 이를 기초로 한 피고인의 법정 진술, 수사기관 조서 등 2차적 증거들의 증거능력도 모두 부정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주목할 점은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도 부정했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녹음파일을 의식하며 공소사실을 인정한 진술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기초한 2차적 증거”라고 판단했다. 특히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1차적 증거가 수사 개시의 단서가 됐고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다”며 “인과관계의 희석이나 단절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날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